세상 이야기

평화바람 봄바람

여인두 2022. 3. 30.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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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년 이후 그동안 먼발치에서만 바라 보았던 문정현신부님을 바로 옆자리에서 뵈었습니다.

팔순이 넘으셨음에도 여느 청년 못지않게 조국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시는 모습에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신부님은 3월 15일부터 ‘다른 세상을 만나는 40일 순례 – 봄바람’으로 전국을 순례중이십니다. ‘빼앗긴 노동, 인권, 생태, 평화의 새바람, 봄바람, 일어나, 함께 해요.’ 라는 구호로 노동, 인권, 생태, 평화를 위한 투쟁 현장을 방문하고 계십니다.

오늘 목포 문화공간 '오즈'에서 있었던 신부님과의 만남에서 제 눈과 귀가 정화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무실로 돌아와 포털에서 문정현신부님을 검색하다가 신부님에 관한 시 한 편을 읽게 되었습니다.

오늘 문신부님과의 만남 후기는 이 시 한 편으로 대신합니다.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 문정현 신부님께 드리는 詩/송경동

서대문 형무소 위에 떠 있던 달
군산바다 미군기지 위에
가족 잃은 자매들의 집 위에 떠 있던 달
사람들이 쓰러진 거리 위에
사람들이 끌려간 공장 마당에
마지막까지 떠 있던 달
포크레인 위에 올라 있던 달
구치소 창살 밖에 걸려 있던 달
모든 파헤쳐지는 슬픔 위에
아픔 위에 고통 위에 설움 위에
분노 위에 떠 있던 달
평택 대추리 대추초교 지붕 위에 떠 있던 달
용산 철거민들의 망루 위에 떠 있던 달
한진중공업 정문 옥상 위에 떠 있던 달
처참하게 도륙당하는 천년의 강 위에 떠 있던 달
강정 구럼비 바위를 끌어안고 울던 달
콘크리트 바닥에 쓰러져 신음하던 달

그러나 세상의 평화는 지지 않으리
평등의 노래는 그치지 않으리

하모니카를 불며 미소짓던 달
아코디언을 켜며 웃던 달
캠코더 속 밝은 달
쉬지 않고 사랑을 조각하던 달
우리는 하느님을 몰랐지만
신부님을 만나며
가난한 자들의 하늘을 보았으니
정의로운 자들의 하늘을 보았으니
세상의 진정한 복음을 보았으니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아무리 깊은 밤이 올지라도
언제까지나 우리를 지켜 줄
우리의 어둔 길을 비춰 줄 아름다운
우리 모두의 생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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