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이야기 107

개미

장마가 시작됐다는 소식에 모두들 수근거린다.지금의 낡은 집에서는 더이상 버티기가 힘들다. 어제 시작된 첫 장맛비에 벌써 모퉁이의 허술한 부분이 쓸려 나갔다. 그런데도 여왕개미와 주변 참모들은 아무 생각없이 여흥에만 빠져있다. 결국 누군가가 나서야 한다. 내부의 사정은 잘 모르지만 모험심 강한 일개미 한 마리가 저 멀리의 안전가옥을 발견하고 보고를 했다. 이 보고는 이들 사회에 빠르게 퍼져 장마를 대비해 안전가옥으로의 이사를 주장하는 쪽과 지금 이 집을 고쳐쓰자는 쪽으로 갈려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안전가옥으로 이주를 주장하는 쪽은 현구조물의 허술한 부분과 장마로 인한 피해를 집중적으로 부각시켰고, 반대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보수해 사용하는것이 사회적 비용이 훨씬 적게든다는 각종 통계를 들어 설명했다.생..

생활문화 개선 캠페인

오늘 아침은 윤석열 즉각 파면이라는 대형 피켓 대신 동네 자생조직 회원들과 함께 교통질서등 생활문화 개선 캠페인을 진행했다.얼마만에 맞이하는 일상의 모습인가? 이렇게 동네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분노케 하는 정치는 이제 그만 보고 싶다. 그 정치를 끝내기 위해 다시 내일부터는 대형 피켓을 들어야 한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내가 원산동 방위협의회 회원이라는 정체성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포구에 뜬 달

포구에 뜬 달 달빛 아래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 아직 본격적인 조기철이 아닌데도 조기터는 작업에 동원된 사람들의 손은 쉴 새 없이 바쁘기만 하다. 아직 찬바람이 들지 않아 조기배는 한 척 밖에 없지만 한참 조기가 들어올 때 이곳 북항 물양장은 비릿한 생선 냄새와 일꾼들의 땀 냄새로 가득 찬다. 풍어기 때 동네 개들도 만원씩 물고 다닌다는데 올해도 그런 장관이 펼쳐지길 바래본다.

꽃무릇

그 뜨겁던 여름도 소리 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꽃무릇이 조용히 자리잡았다. 한 뿌리에서 자랐음에도 꽃과 잎이 영원히 만날 수 없는 슬픔, 그 슬픔이 얼마나 컸으면 인간사회까지 알려져 想思草(상사초)라는 이름을 얻었을까? 아! 아름다운 슬픔이여 온누리를 아름답게 수놓을수록 더욱 슬픈 사랑이여 아파트 화단에서 소리 없이 자리잡은 꽃무릇을 보면서 가을이 왔음을 알아 차렸다.

목포 공공도서관

한 10여일 대외활동을 최소한으로 하고 집에 틀어박혀 있었다. 별고(別故)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한 달을 몽골로 제주로 맘껏 쏘다니고 나니까 아내왈 "이제 집안 일도 신경 좀 쓰시지" 이 한마디에 곧바로 구속되고 말았다. 그 덕에 온갖 잡동사니가 쌓여있던 집이 이제야 좀 사람 사는 집처럼 보인다. 집안 정리는 이 정도 했으면 됐다 싶어 아침에 동네 공공도서관으로 출근했다. 오랜만에 앉아보는 의자에 몸이 적응을 하지 못하는 듯 좀이 쑤셔 괜히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1993년 개관한 오래된 도서관인데 리모델링을 해서 그런지 산뜻하고 쾌적해 무엇엔가 집중하는데 부족함이 없을 뿐만 아니라 평생교육 프로그램도 알차게 배치되어 있었다. 시민들을 위해 이런 도서관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도서관 협회에 ..

또 몽골 여행 5

테를지의 아침은 상쾌하다. 몽골은 울란바토르를 제외하고 대체로 청명한 하늘을 볼 수 있다. 한반도의 7배나 되는 큰 면적에 인구는 겨우 350만명이고 국토의 80%가 초원, 10%가 산림, 1%가 경작지라고 하니 오염요소가 될만한 것이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 생각은 초원을 지날때의 생각이고 울란바토르에 들어서면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광주보다 작은 470.4㎢의 면적에 몽골 인구 절반인 165만명이 살고 있고 인구 증가 속도가 굉장히 빨라(2020년 130만명) 도시운영체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교통체증은 말할 것도 없고 공기질 역시 매우 좋지 않았다. 지난번에 왔은 때는 시당국이 공급하는 온수가 보름이나 나오지 않기도 했다. 몽골 제2도시인 에르데네트의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