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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이야기 86

놀고 있지만 말고 아버지 산소에나 다녀오라

요새 어머님께서 전화를 부쩍 많이 하신다. 그 대신 내 안부전화는 그만큼 줄어들었다. 중앙당 일을 정리하고 난 뒤 어머님 걱정이 또 하나 느셨다. 노인당에서 중간보스(요즘 노인당은 85세에도 왕보스가 못된단다) 이시지만 선거 때만 되면 민주당 등쌀에 아들이 정의당에서 일한다는 말씀도 못하시고 냉가슴만 앓고 계신 분인데 그 잘난 아들이 중앙당 일을 정리했으니 얼마나 걱정이 많으시겠는가! 아무리 걱정 마시라고 해도 앞에서는 그러마 하시고서 돌아서면 한숨이다. 어제는 어머님께서 광주로 호출하셨다. "놀고 있지만 말고 아버지 산소에나 다녀오라"는 말씀과 함께... 벌초할 때가 됐다는 말씀은 감추셨지만 55년을 모셨는데 그 뜻을 모르랴... 아버님 산소 시원하게 벌초해 드리고 어머니께서 저녁을 사주신 데서 따라나..

우리집 이야기 2024.06.28

오래전 서랍

창고를 청소하는데 마치 오래전 서랍에서 추억들이 쏟아져 나오듯 옛 사진들이 나온다. 총학생회장 선거를 준비하면서 찍은 사진과 졸업사진이다. 아직 볼살이 살아있는 풋풋한 시절이다. 내 졸업사진 위에 이름을 새겨놓았던 친구들은 잘 지내고 있겠지... 30여 년 만에 다시보는 이름들 앞에서 옛 생각에 잠긴다. '시사행정연구회'의 회가(會歌)는 '애국의 길'이었다. 조용히 읇조리는데 아직도 그 음이 잊혀지지 않는다. 청춘의 심장을 고동치게 했던 그 시절로 잠시 여행을 떠난다.

우리집 이야기 2024.06.25

면접 보는 날

아들 생전 첫 면접 보는 날 별 할 일이 없는 아비는 아들 걱정에 면접장까지 따라나섰다. 면접장 들어가기 전 잔소리가 마음에 걸려있는 아비는 두 시간째 면접장 1층 커피숍에서 세상 온갖 걱정을 하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아들을 기다린다. '대답은 잘했을까? 실수는 하지 않았을까?' 걱정을 했다가도 '어차피 이번에는 쉽지 않으니까 연습 삼아 보는 것이지' 위안도 했다가 '그래도...' 다시 걱정이 시작된다.

우리집 이야기 2024.06.14

몽골 여행 8 - 여기는 울란바토르

울란바토르에서 무안까지 직항이 열리기는 했는데 시간대가 어정쩡하다. 무안에서 출발할 때는 11시 30분이었는데 이곳에서 출발은 0시 20분이다. 그러다보니 한밤중에 이동해야 하고 여행하면서도 동선 짜기도 예매하다. 그렇다고 내가 비행기 시간을 어찌할 수 없으니 순응할 수밖에... 땡처리 표 하나만 보고 갑자기 떠난 3박 5일간의 몽골 여행이 끝나간다.I will be back 그리고 이번 여행에 나와 동행한 막둥이와의 추억또 한명 My wife 는 사진이 없네...헐ㅠㅠ

우리집 이야기 2024.06.07

몽골 여행 7 - 여기는 울란바토르

6월 1일 국제 어린이 날(International Children's Day 국제 아동 권리의날)을 맞아 해맑은 아이들과 가족들로 그 넓은 광장이 가득하다. 그런데 어린이 날도 진영에 따라 다르다는 사실에 놀랐다. 6월 1일을 어린이 날로 기념하는 나라는 옛 소련을 필두로 41개 나라로 주로 사회주의 국가들(당연히 북한도 포함)이었고, 11월 20일 세계 어린이 날(Universal Children's Day)을 기념하는 나라는 그밖의 자본주의 국가들이었다. 또 하나 놀라운 사실은 미국은 어린이 날이 없단다.어린이날 풍경은 어딜가나 비슷하다. 솜사탕을 먹기 위해 줄을 서있는 아이, 풍선을 사달라고 때를 쓰는 아이, 마음에 드는 장난감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아이 그 뒤에서 오늘만큼은 다 사줄 듯 허세를 부..

우리집 이야기 2024.06.05

몽골 여행 6 - 여기는 테를지

테를지에서의 아침은 등반으로부터 시작한다.정상에서 바라본 하늘 아래 세상은 어제와 변함없이 한적하다. 이곳은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느낌이다. 쌩쌩 달리는 자동차의 시간과 말을 타고 양을 치는 시간이 같을 수는 없다. 무엇이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없는 삶의 방식에서 오는 차이다.밀크티, 양고기 스프, 몽골 빵으로 부담없이 아침은 해결했다.테를지에서의 마지막 추억은 승마체험다시 울란바토르로 향하는 길...내 인생 최악의 교통체증을 경험하고 있다. 울란바토르 시내에서 네 시간째 차 안에 갇혀있다. 신호가 다섯 번 바뀌는 동안 1cm도 움직이지 않는다. 아무리 마음 좋은 사람이라도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교통체증 때문에 오후 일정으로 잡아놨던 자이승 전승 기념탑과 이태준열사 기념공원은 저녁늦게 도착했다. 몽골 사..

우리집 이야기 2024.06.05

몽골 여행 5 - 여기는 테를지

멀리 유목민들이 자리를 잡기 시작한다. 천막을 치고 있어 곧 게르를 치겠지 하는 호기심으로 유목민 근처를 배회했다. 그런데 게르는 치지 않고 그냥 천막이 끝이다. 분명 트럭에는 게르를 칠 자재들이 있었는데... 게르를 치는 모습을 보지 못해 아쉽다.무서운(?) 개 한 마리가 우리를 경계하더니 주인의 한마디에 주저앉는다. 그 틈에 주인이 개 목걸이를 채워주고 있다. 유목민들이 우리를 경계하지 않고 나름 친절해 보였는데 말이 통하지 않아 그들 삶을 잠시 엿 보는것으로 만족해야 했다.유목민들이 치는 야크를 배경으로 인증샷... 야크는 정면에서 보면 소의 모습인데 멀리서 보는 옆모습은 털이 많아 양처럼 보이기도 한다.아들의 멋진 포즈드디어 별을 볼 시간이다. 별이 쏟아진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하다. 저녁 무렵까지 ..

우리집 이야기 2024.06.04

몽골 여행 4 - 여기는 테를지

저 멀리 초원을 뛰어가는 야생마가 보인다. 함께 동행한 막둥이 승준이가 갑자기 뛰기 시작하더니 지쳤는지 더 이상 뛰기를 포기한다. 저기 보이는 나무가 가까이 보이지만 굉장히 먼 거리다. 여기에서 보이는 모든 것은 비교할 대상이 없어 보이는 이상으로 멀다.아름다운 부자다. 결코 작위가 아니다. 가끔 아들들과 어깨동무하는 낙으로 산다.아파치 에코 캠프 뒷산을 올랐다. 40여분을 올라 중턱에서 더이상 오르기를 포기했다. 저 멀리 보이는 게르중 하나에 내가 묶고 있다.캠프에서의 저녁식사는 황재식이었다. T-bone 스테이크가 우리 돈으로 18,000원이니 할 말 다했다. 맛은 어떻냐고 당신이 아웃백에서 먹는 10만원짜리 보다 더 맛있다. T-bone 스테이크와 몽골식 찐만두 보쯔(бууз) 그리고 스파게티로 세..

우리집 이야기 2024.06.03

몽골 여행 3 - 여기는 테를지

택시를 타고 울란바토르에서 테를지국립공원으로 가는 길이다. 간간히 게르와 말과 야크만 보일뿐 초원은 하늘과 맞닿아있다. 평야처럼 지평선이 넓게 퍼진 것은 아니다. 높고 낮은 산들이 이어져있는 능선들에는 나무라고는 한그루도 보이지 않고 푸른색 비단을 깔아놓은 것 같다. 빽빽한 숲만 보아왔던 터라 조금은 단조로운 느낌마저 든다.내가 타고 왔던 택시다. 몽골은 택시제도가 없다. 길거리에서 손을 들면 자가용이 멈춰 목적지와 비용을 잠시 흥정하고 맞으면 그 차를 타고 이동한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차를 타고 오는동안 히치하이킹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나는 다행히 히치하이킹으로 이동한 것은 아니고 숙소 주인에게 부탁해 해결했다. 비용은 1시간 30분 거리에 몽골돈으로 130,500투그릭이었다. 한화 100원이 ..

우리집 이야기 2024.06.02

몽골 여행 2 - 여기는 울란바토르

본격적인 몽골 여행 첫날 어제 늦게 도착해 9시까지 늘어지게 잤다. 이게 자유여행의 묘미 아닌가! 일어나자마자 아침준비를 위해 편의점으로 달려가 김치찌개 하나를 샀다.(포장을 뜯기전에 사진을 찍어야 되는데ㅠㅠ)그리고 정성스런 아침식사와 설거지는 나의 몫그런데 갑자기 초인종이 울리더니 사람들이 들어온다. 알고보니 집주인과 정수기 설치기사다. 정수기가 고장나 교체하러 왔단다. 헐... 내 물값은 보상해주시나...수흐바타르광장 혹은 칭기즈칸 광장이라고 불리는 이곳에는 수흐바타르와 칭기즈칸 동상이 서로 마주 보며 그 위용을 자랑한다. 900여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한 공간을 사용하는 두 영웅은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을까? 정치적 이유가 아니고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담딘 수흐바타르(1893년~1923년)는 30년..

우리집 이야기 2024.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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