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교섭

여인두 2023. 1. 24. 12:17
설 명절동안 집에만 박혀있다 집을 나와버렸다. 그런데 계획 없이 나온 터라 부랴부랴 친구에게 전화를 해 약속을 잡고 보니 두 시간 정도 시간이 남는다.
킬링타임용으로 딱 좋을만한 영화를 찾다가 '교섭'을 보게 됐다.
임순례감독의 영화 몇 편을 재밌게 봤던 터라 부담 없이 선택했지만 결과를 뻔히 알고 보는 블록버스터라는 점에서 줄거리가 아닌 영상과 음향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기억에도 선명한 샘물교회 사건이라 약간의 국뽕과 신파는 필수라 생각했기에 줄거리 따라가기를 과감히 포기했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생각 때문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이런류의 국뽕 영화에서는 자국민 한 명을 구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을 보여준다. 그리고 국가는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 안전장치는 대통령의 선택과 결단이다. 이 영화에서도 우리는 그러한 대통령을 만날 수 있었다.

 

또한 극 중 아프가니스탄 주한대사관 현황판에 붙여져 있는 샘물교회 피랍 교인들의 사진을 보면서 이태원참사 분향소에 있는 사진들이 순간 오버랩되었다.
사막 한가운데 고립무원인 23명의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그렇게 잘 돌아가던 국가 시스템이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는 왜 무용지물이 되었을까?

 

임순례감독이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국가의 역할과 책임은 무엇인가?"를 묻고 싶었다고 했듯이 나 또한 이 영화를 보면서 과연 '국가란 무엇인가?' 더 나아가 '10월 29일 이태원에 국가는 있었는가?'를 묻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