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이야기

종과 주인

여인두 2025. 3. 13.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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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야농성 사흘째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한다. 지나가던 어르신이 가방에서 주섬주섬 무엇인가를 꺼내더니 심심할 때 먹으라고 주신다. 그것을 받은 활동가는 잠시 당황했지만 고맙게 받았다. 그 어르신의 진심이 느껴졌다나...
그 어르신이 주신 건 소주 한 병이었다.
또 저녁때는 '참교육동지회'분들이 오셔서 금일봉도 하사(?)하셨다. 그리고 자정이 가까워지는 시간 또 한 무리의 시민들이 천막을 찾아 구호를 외친다. 이런저런 에피소드들이 모여 천막농성장의 하루를 채웠다.

윤석열의 선고기일이 오늘도 잡히지 않았다. 결국 이번주는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언론에 따르면 8대0이 완성됐고 판결문만 남았다는 말도 있고, 여섯 표가 확보 안돼 설득 작업 중이라는 말도 있다. 이런 보도들을 접하는 광장의 시민들은 피가 마르는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오늘 광장에서 자유발언에 나선 한 시민은 시인 김남주의 '종과 주인'을 낭독한다. "낫 놓고 ㄱ자도 모른다고/ 주인이 종을 깔보자/ 종이 주인의 목을 베어버리더라/ 바로 그 낫으로" 좀 섬뜩한 내용이지만 인간 그 누구도 학대받고 억압받고 부당하게 폭력을 당해서는 안된다는 해설도 덧붙이셨다. 지당한 말씀이다. '존엄'이 침해되었다면 싸워서라도 찾아야 한다.
지금 우리의 싸움은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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