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시작됐다는 소식에 모두들 수근거린다.
지금의 낡은 집에서는 더이상 버티기가 힘들다. 어제 시작된 첫 장맛비에 벌써 모퉁이의 허술한 부분이 쓸려 나갔다. 그런데도 여왕개미와 주변 참모들은 아무 생각없이 여흥에만 빠져있다. 결국 누군가가 나서야 한다. 내부의 사정은 잘 모르지만 모험심 강한 일개미 한 마리가 저 멀리의 안전가옥을 발견하고 보고를 했다. 이 보고는 이들 사회에 빠르게 퍼져 장마를 대비해 안전가옥으로의 이사를 주장하는 쪽과 지금 이 집을 고쳐쓰자는 쪽으로 갈려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안전가옥으로 이주를 주장하는 쪽은 현구조물의 허술한 부분과 장마로 인한 피해를 집중적으로 부각시켰고, 반대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보수해 사용하는것이 사회적 비용이 훨씬 적게든다는 각종 통계를 들어 설명했다.
생존을 위한 이들의 논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그런데도 여왕개미와 참모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지금의 안락함이 더 좋았고 미래에 닥칠지 모를 위험은 불순세력의 모해 정도로 취급했다. 사실 작년의 장마때도 일부 피해는 있었지만 거뜬하게 넘겼지 않는가?
그러나 작년 장마때의 피해를 경험한 개미들의 생각은 달랐다. 구조물 일부가 빗속에 쓸려나가고 수많은 개미들이 그 구조물 안에 있었음에도 속수무책 당해야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올해도 또 그 생지옥을 겪어야한다는 사실에 치를 떨었다.
이 논쟁은 더욱 가열돼 폭발직전에 이른다. 이때 현명한 몇몇 참모들이 여왕개미를 설득한다. 이 사태를 이대로 방치하다간 비도 오기전에 집이 폭발할것 같으니 차라리 분가시켜 사회의 안정을 찾자는 이들의 주장에 여왕개미도 동의한다.
안전가옥을 발견한 모험심 강한 개미를 필두로 대장정이 시작되었다. 과연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그리고 남은 이들의 삶은 또 어떨것인가?
장맛비가 한차례 흩고 지나간 뒤 아파트를 산책하다 만난 개미들의 행렬을 보면서 한참을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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