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두의 시시콜콜

지방선거 제안글에 대한 비판

여인두 2025. 6. 20. 15:22
어제 올린 지방선거 제안글에 대해 몇몇 동지들의 비판이 있었다.
첫째, 조국혁신당이나 기본소득당을 진보정당과 같은 선상에서 다루는 건, 이번 대선을 함께 만든 진보정당들과 시민사회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비판
둘째, 민주노동당 이름으로 함께 선거를 치른 동지들에 대한 설명이나 합의 없이 지역 단일화나 연합 구도를 제시하는 방식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
셋째, 민주당과도 일정한 연을 맺은 세력들과의 연합이 진보정당의 정체성을 흐리고, 결과적으로 혼란만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였다.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문제의식이다.
다만, 몇 가지는 현실적 조건과 제안의 취지를 감안해서 다시 봐줬으면 한다.
첫째, 목포 정치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목포에는 이번 대선을 함께한 사회대개혁연대회의 소속 정당들―노동당, 녹색당―의 지역조직이 없다.
조직 노동 기반도 취약하다.
다시말해 전국 단위에서 통하는 전략과 논리가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 조건이라는 걸 먼저 감안해야 한다.
둘째, 이 제안은 대선 평가가 아니라, 민주노동당의생존 전략이다.
대선을 평가하거나 정리하는 차원의 제안이 아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노동당이 목포에서 단 한 석이라도 의석을 얻지 못한다면, 이번 대선에서 권영국 후보와 함께 만든 정치적 성과는 지역에서 아무것도 남기지 못한 채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권영국 후보가 얻은 0.9%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지, 현실을 바꾼 수치는 아니다. 의미 있는 신호였지만, 그 뒤를 잇는 전략과 실천 없이는 다시 냉혹한 현실에 갇힐 수밖에 없다.
셋째, 이건 단순 단일화 제안이 아니다.
시민사회와 공동정책을 만들고, 생활 속 대안정치를 같이 해보자는 실천적 제안이다. 조국혁신당을 진보라고 본 것도 아니고, 민주당과 경계 없이 가자는 얘기는 더더욱 아니다.
다만, 목포지역의 민주당 독점 구조를 깨기 위해 거대양당 바깥의 세력이 전략적으로 연대해보자는 제안이었다.
그 전략을 현실적으로 구성해보자는 것이다.
넷째,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진보정당의 역사, 철학, 정치적 책임에 대한 고민은 당연히 중요하다. 그 정체성을 함께 지키고 키워온 동지들에 대한 존중도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 목포에서는 정체성 논쟁만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시민들 곁에서 다시 시작하고, 생활 속에서 정치의 언어를 회복하는 실천이 절실하다. ‘우리가 누구인가’만이 아니라, ‘광장을 책임졌던 시민들과 함께 무엇을 바꿀 수 있는가’에 답해야 한다.
이 제안은 정치 기술을 부리자는 것이 아니다. 광장 시민들과 같이 다시 정치의 발판을 만들어보자는 실천의 문제다.
비판은 감사하고, 충분히 수용할 부분은 숙고하고 있다.
그렇지만 진보정당이 지역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더 넓은 전략, 더 열려 있는 토론이 필요하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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