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무상급식 이야기

전국 최초 무상급식 조례 제정한 목포... 시민의 힘을 보여주다

여인두 2010. 3. 24. 22:44

노동세상 4월호 인터뷰 내용입니다.(노동세상에는 편집된 내용이 수록 될수 있습니다)

 

전국 최초 무상급식 조례 제정한 목포... 시민의 힘을 보여주다

[인터뷰] 여인두 학교무상급식목포운동본부 본부장

 

무상급식을 추진하기까지 어떤 활동을 했는지요?

목포 시민들이 무상급식 추진을 준비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입니다. 목포시민연대와 민주노동당 목포시위원회는 '학교무상급식목포운동본부(이하 목포운동본부)를 구성해 무상급식지원 조례 제정을 요구하며 12월부터 주민발의를 위한 서명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주민발의 조례 제정을 위해서는 목포시 유권자 수인 18만 2천 691명 중 6천52명의 서명을 받아야 했습니다. 힘든 작업이었습니다. 서명은 주민번호와 주소, 이름이 일치하고, 서명란에 서명이 날림이 아닌 확인 가능한 정자(正字)여야 합니다. 유난히 추웠던 지난 12월 내내 낮에는 한 사람 한 사람을 붙잡아 설명하고 밤에는 수많은 서명용지를 검토하고 동별로 분류해야 했습니다. 그럼에도 한 달 보름 동안 1만 480명의 서명이 모였습니다. 시민이 그만큼 적극적으로 동참한 것입니다. 또 시민연대 회원과 당원들을 비롯해 환경미화원, 철도, 택시노동자 등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행사장, 교회, 성당, 대형할인마트, 버스터미널은 물론, 아파트단지와 단독주택, 상가까지 가가호호 방문을 했습니다. 여기에 시민들도 가세했습니다. 그 동안 많은 서명운동을 해봤지만, 이번처럼 시민들이 본부에 수없이 전화를 해온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서명운동 현수막을 본 시민들이 ‘오늘은 어디에서 서명을 하느냐’, ‘나도 서명활동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할 수 있느냐’, ‘서명용지가 부족한데 개인이 복사를 해서 받아도 되느냐’, ‘수고가 많다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다’는 전화를 하루에도 몇 통씩 걸어왔습니다. 지인들에게 받아오겠다면서 서명용지를 가져가고, 다른 동네에서 찾아와 서명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목포시에 제출하기 직전에 택시를 타고 달려와 자신이 받은 서명용지 10장을 건네준 80살 할아버지도 있었습니다.

 

시민들이 크게 호응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일단 시민들 스스로가 지난 2003년 전남에서 국내 최초의 학교급식지원조례를 주민발의로 통과시켰던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고 봅니다. 이번 서명운동 과정에서도 그 때 서명에 참여했던 시민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몇 년 전에 친환경 식재료 지원조례를 만들어서 우리아이들이 지금 안전한 급식을 제공받고 있고, 학부모 부담금도 많이 줄었습니다. 여기에 조금만 더 예산을 들이면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밥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고 설명하면 ‘아, 맞아요! 그 사람들인가요?’ 하고 반가워했습니다.

가장 크게는 무상급식이 시민들 스스로가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의제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목포시가 1천억 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조명사업, 해양음악분수대 설치 등을 추진해 논란이 되었습니다. “135억 들여 엉뚱한 해양음악분수대 만드는 것보다 207억 원(도교육청 추산) 들여 아이들의 평등밥상 만드는 게 더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하면 크게 공감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 외 목포시의 낭비성 행정을 비판하는 분들도 상당히 많았습니다. 지역정치에 대한 주민들의 시각이 달라졌음을 체감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목포시에서 무상급식을 실현하려면 어느 정도 재원이 필요한지요?

이미 친환경 식재료비가 지원되고 있고(초중고 58억원정도) 저소득대상자 자녀들도 무상급식지원이(초중고 22억원 정도) 되고 있으므로 현재 초중고 전체 학부모 부담금인 207억원(도교육청 추산)만 더 있으면 초중고 전면무상급식이 충분히 가능합니다. 더구나 도교육청 특별 교부금에서 급식비가 지원되므로 현재 대부분의 교육감 후보들이 초중학교 무상급식을 공약으로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충분히 실현 가능한 수준입니다. 또한 5+4 정책연대 공약에도 무상급식이 들어있으므로 발의안이 통과되면 중앙정부에서도 당연히 예산을 편성하게 될 것입니다.

 

활동에 있어 어려웠던 점, 남은 과제는 무엇인지요?

목포시가 의지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주민발의 서명 허가를 받을 때도 목포시는 법률의 유권해석이 필요하다며 교과부에 질의를 넣고 한 달이나 시간을 끌었습니다. 지난 1월 서명과 조례안을 제출하자 목포시는 또 같은 이유로 법제처에 질의를 넣었습니다. 두 군데에서 모두 학교무상급식 주민발의 조례제정이 적법하다고 답하자, 갑자기 ‘단계적 확대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2011년까지 현행보다 무상급식비율을 고작 3% 늘릴 뿐 100% 무상급식 실현은 언제 될지도 모르는, 생색내기 계획이었습니다.

지금도 목포시는 주민발의 조례안이 목포시 의견대로 수정 통과된 것 마냥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습니다. 무상급식 조례를 제정했다는 운동본부의 현수막을 모조리 철거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새로 당선될 시장, 시의원들이 예산만 제대로 편성한다면 무상급식은 당장 내년부터라도 전면 실현될 수 있습니다. 이번 6.2 지방선거가 중요한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