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글을 올리려고 뭉그적거리다 지인의 SNS에 올라온 글을 읽고 반성을 겸해 쓰기로 했다.
정의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출신 세 사람이 곧 민주당에 입당할 모양이다. 정의당을 탈당한 지는 꽤 됐으니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그들에게 이래라저래라 할 자격은 없으나 그중 한 명은 한때 동지였고 또 한때는 지역 전선조직에서 동고동락한 사람이라 심한 배신감을 느낀다. 아니 이미 지난 총선 때부터 감지됐던 일이니 현재형인 '느낀다'가 아니라 과거형인 '느꼈다'가 올바른 표현이겠다.
정치를 하면서 느낀 점은 국회의원은 개인의 능력으로 얻어지는 자리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 특히 당원들의 절대적인 지원과 희생이 없으면 될 수 없는 자리다. 지역구도 아닌 비례대표 그것도 정의당처럼 소수정당의 경우 3%의 벽을 깨기 위한 당원들의 필사적인 노력이 없었다면 결코 가능한 자리가 아니다.
그런데 그 세 사람은 당원들의 이러한 헌신을 헌신짝 버리듯 떠나갔다. 마치 국회의원 한 번 해 먹기 위해 살아왔던 사람처럼 자신들이 과거했던 말과 행동은 아랑곳하지 않고 어려워진 진보정당을 떠나 리버럴한 보수정당(영어를 쓰지 않으려 했는데 자유로운 보수정당이라는 표현이 왠지 어색하다)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어떤 자리를 보장받았는지는 모르겠으나 그곳도 정글이기는 매 한 가지다. 그곳에서도 그들에게 씌워질 배신자라는 주홍글씨를 어떻게 감내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문제는 그들의 선택에 있지 않다 우리의 주객관적인 조건에 있다. 한때는 진보정당의 맏형으로 여론조사에서 17%에 달하는 지지율도 찍었고, 대선에서는 200만 표도 얻어봤지만 지금은 새벽녘 물안개처럼 잡을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지난해 제3지대 논쟁등으로 많은 당원들이 떠났고 남은 당원들도 이전처럼 애당심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다. 그나마 활동가 당원들의 열정으로 당이 지탱하지만 그 열정도 정파논쟁 한두 번이면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 있다.
이러한 악조건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전당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기껏 좌파정당으로 남기위한 몸부림이 아니라 진보대연합정당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민주노동당 분당 사태 이후 진보신당에 둥지를 틀었던 동지들이 통합진보당으로 회두한 이유를 다시 한번 복기해야 한다. 비록 통합진보당의 분당으로 그 뜻은 좌절됐지만 우리가 정치를 하는 이유는 그러한 통섭에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최근 당의 진로에 대한 물음을 많이 받는다. 그중 최악은 정의당이 아직도 있냐는 조롱 섞인 질문이다. 난감한 질문이지만 최대한 성심성의껏 답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세명의 전 국회의원이 정의당을 떠나 민주당으로 간다는 보도가 나오면 또 얼마나 많은 질문들이 쏟아질까? 두려움이 엄습한다.
그들을 당선시키자고 동네방네를 돌아다니며 입당운동을 대대적으로 조직했던 일들이 다 부질없이 느껴진다. 당장 동네 형님들을 만나면 무어라 말을 해야 할지 궁색하기 이를 데가 없다.
지난 총선 전 지금 이름이 거론되는 세명중 한 명에게 간곡히 부탁했었다.
"제발 정의당을 떠나도 좋으니 이당저당 기웃거리지 마시고 지역의 어른으로 남아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