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어떻게 보이느냐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당신의 배경이 어떤 것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당신이 누굴 사랑하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진짜 중요한 것은 당신이 어떤 사람이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느냐, 당신이 세상에서 어떤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은 것이냐다.”
열아홉살 엠마 브로일스가 한 말이다. 올 한해 들었던 말 중에 가장 의미있는 말이다. 물론 내 기억법의 한계로 더 좋은 말들은 잊혀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엠마 브로일스가 한 이 말은 올 한해를 정리하는데 많은 영감을 주고 있다.
그런데 이 말이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것 중 하나인 미인선발대회에서 나왔다. 엠마 브로일스는 한국계 3세로 최근 미스아메리카로 선정됐다. 그 자리에서 한 수상소감이었다.
미인선발대회는 여성을 외모로 평가하고, 성차별을 조장하며, 성을 상품화한다는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어 몇몇 미인대회가 사라졌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는 한 해 평균 200여개가 넘는 미인대회가 전국각지에서 열린다. 이런 미인대회는 특히 지역특산물 홍보를 명분으로 시·군축제 때마다 빠지지 않는 당골매뉴가 되어버렸다. 그야말로 관음[觀淫]의 시대다. 여성학자 나오미 울프는 “수단으로서의 미모, 그 유혹을 이겨낼 때 아름다움이 저절로 제 역할을 찾는다”고 했다. 새겨들어야 할 이야기다.
오늘 이 말을 들으면서 든 또 하나의 생각은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저열한 사회인식 수준이다. 19살 엠마 브로일스의 이 말은 백인사회에서 살아가기 힘든 소수 혼혈인으로서의 각성이 담겨있다. ‘어떻게 보이느냐’, ‘배경이 무엇이냐’, ‘누구를 사랑하느냐’ 보다 더 중요한 것이 ‘당신이 어떤 사람이냐’,'어떤 변화를 원하냐'는 것이다. 어찌보면 단순하지만 불평등과 차별이 만연한 현대사회를 대비시켜놓고 보면 굉장히 어려운 문제를 화두로 던져 놓았다.
불평등과 차별이 세계 최상단에 위치한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에게는 이 말이 어떻게 들릴까? 2021년 대한민국의 상위 10%의 평균자산이 하위 50%의 평균자산에 비해 14배가 많은 이 불평등을 개선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을까? 또 차별을 금지하자는 80% 가까운 시민들의 목소리는 국회에서 어떻게 수용되고 있을까?
나는 엠마 브로일스의 이 말을 진입장벽은 낮추고 차별은 없애야 한다고 들렸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대한민국 정치인들은 다르게 들리는가 보다. 그들은 법인세와 종부세는 낮추고 차별금지법은 논의조차 하고 있지않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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