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과 유민아빠 그리고 대통령
여인두시의원
8월 16일 광화문광장은 124위 시복식에 참석하려는 가톨릭신자들과 교황을 보기위해 모인 100만여명의 인파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교황이 광화문광장 초입에 들어서는 순간 잠시 긴장감과 침묵이 흐르더니 이내 ‘비바 파파’의 함성과 함께 광화문광장은 열정으로 가득 찼다. 교황의 카퍼레이드가 중앙 단상(제대)쪽으로 가는 순간 단식농성중인 유민이 아빠는 만나지 않는구나 하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 순간 교황이 탄 차는 방향을 선회해 다시 대중들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35일째 목숨을 건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유민아빠 앞에서 멈춰 직접 차에서 내린 교황은 유민이 아빠의 손을 잡고 자식 잃은 아비의 아픔을 보듬어 주었다. 그 순간 광장에 모인 사람들의 눈시울은 일제히 붉어졌고 박수와 함성소리가 이곳저곳에서 울려퍼졌다. 교황은 그렇게 4박5일의 짧은 방한기간중 이땅에서 가장 고통받는 이들을 위로하고 안아주고 치유하며 떠났다.
그날 교황의 손을잡고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잊지 말아달라”고 “제대로된 세월호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기도해달라”고 절절히 호소했던 유민이 아빠는 지금 43일째 단식농성을 병원에 입원해서까지 계속하고 있다. 단식을 지속하면 생명까지 위험하다는데도 세월호 참사의 진상이 규명되지 않으면 죽어서도 유민이를 볼 수 없다며 여전히 곡기를 끊고 있는 것이다. 8월 16일 교황을 만난 유민이 아빠는 대통령에게서 받아야 할 치유를 교황에게서 받았다며 오랜만에 미소를 지었다고 한다. 유민이 아빠의 바램은 무었일까? 그것은 아이들이 왜 죽어야만 했는지? 왜 온국민은 그 죽음을 지켜봐야만 했는지? 아이들이 죽어가는 동안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 할 국가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일 것이다. 그래야 자기들이 왜 죽어야만 했는지 모를 304명 희생자들의 원혼을 달랠 수 있고 죽어서도 유민이를 편하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교황 방문 첫날 청와대 환영식 자리에서 대통령은 교황에게 세월호 유족들을 위로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다고 한다. 대통령은 그동안 세월호 관련해서 참 좋은 말들을 많이 했었다. 심지어는 눈물을 흘리면서 까지 국민들에게 호소했었다. “세월호를 잊지 않겠다”, “세월호 참사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책임지게 하겠다”, “세월호특별법을 제정해서 유족들 여한이 없게 하겠다”, “세월호특별법은 유족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지금 세월호 참사를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세월호특별법은 유족들의 의견은 철저히 무시된체 추진되고 있으며, 유족들은 목숨을 건 단식농성을 이어가거나 청와대 앞에서 대통령에게 제발 만나달라고 눈물로 호소해도 굳게닫힌 청와대 정문을 열릴줄을 모르고 있다. 일국의 대통령 말이 허언일 수 없고 대통령의 눈물이 악어의 눈물일 수 없는데 말이다.
지금 교황과 유민이 아빠와 대통령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것일까. 교황은 “가난한 사람들 편에서 온갖 이기주의와 분열을 일으키는 자본에 맞서 싸워라”고 했다, 또한 “평화는 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정의가 바로선 상태를 말한다”고도 했다. 유민이 아빠는 “세월호 참사의 철저한 진상규명이야 말로 다시는 이땅에 그러한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고 했다. 대통령은 지금 우리 국민들에게 무어라 말하고 있는가“…….”
(2014. 0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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