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앞에 중립은 없다.
여인두시의원
온갖 막말이 난무하고 있다.
심지어는 죽어라는 저주의 주문마저 돌고 있다.
누가 국민들을 이간질시키고 있는가?
4월 16일 이후 온국민은 하나였다. 함께 슬퍼하고 함께 분노했다. 텔레비전을 통해 바닷속으로 사라지는 세월호를 보면서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들이 누가 있었으랴!
그 국민들이 변하고 있다. 한켠에서는 목숨을 건 단식투쟁과 수만명의 동조단식, 노숙농성등을 하는가 하면, 다른 한켠에서는 그들을 비난하고 조롱하며 심지어는 죽어라는 저주의 주문을 외치고 있다. 하나였던 국민이 이렇게 분열하게 된 시간은 겨우 130여일이었다.
도대체 그동안 무슨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세월호 참사에 대한 본질은 하나다. 정부의 과도한 규제풀기로 폐선이 되어야할 배가 오히려 증축을 하고 영업을 계속해 위험을 키웠다는 것과 구조에 힘써야 할 정부당국은 늦장출동에 거짓보고 미온적인 구조로 피해를 최대한 키웠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 본질을 애써 외면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고 이들이 끝네 진실에 접근하는 것을 방해하면서 국민들은 분열하기 시작했다. 아니 국민들을 분열시키고 있다.
교황은 4박5일의 짧은 방한을 마치고 바티칸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세월호 유족과의 만남을 상기하며 “인간적 고통앞에서는 정치적 중립이란 없다”고 강조했다. 지금 우리가 곰곰이 곱씹어봐야 할 말씀이 아닌가 싶다. 우리는 누구의 손을 잡아야 하나, 영문도 모르고 죽어간 304명의 손을 잡아야 하나? 아니면 그들을 영문도 모르게 죽게만든 사람들의 손을 잡아야 하나? 답은 명백하지 않나?
그런데도 자꾸 세월호 유족들에 대한 온갖 유언비어를 생산하고 유포하며,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며 40여일이 넘게 목숨을 건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유민이 아빠의 뒷조사를 통해 그 가족을 난도질하는 이들은 누구인가?
이들의 노림수가 ‘분열하여 통치하라’는 전통적인 제국주의 통치술에 의한 것이라면 이제 더 이상 저주의 주문을 멈추길 바란다. 당신들이 해야 할 일은 국민들을 분열시키는 것이 아니고 우리사회의 발전과 통합을 위해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낱낱이 공개하는 것이다.
한 사회의 성숙도를 평가할 때 그 사회 구성원들이 얼마나 정의에 민감한가가 중요한 지표이다. 유언비어를 생산하고 유포하는 이들이 제아무리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해도 휘둘리지 않고 정의를 향해 나아간다면 우리 사회의 성숙도는 한층 높아질 것이다. 그러기위해서는 4월 16일로 되돌아가 그때의 그 눈물을 상기해야 한다. 전국민이 한마음으로 아파하고 마치 자기 자식 일인 양 가슴을 져몄던 그때, 유가족이 따로 있지 않았다. 온국민이 유가족이었고, 온국민이 죄인이었다. 그때 그 공동체 정신을 되살려 ‘아이들을 살려내라’는 외침을 이제는 ‘진상을 규명하라’로 바꿔 외쳐야 한다.
고통받는 사람들 앞에서 그 어떤 정치적 중립도 없듯이 오직 그 고통을 해소하고 온전히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하고 응원하고 함께하는 것이야 말로 우리 사회의 통합이요 성숙한 사회로 가는 척도일 것이다.
(2014.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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