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두의 시시콜콜

내 유년시절의 기억 - 새콤 달콤한 살구

여인두 2023. 6. 12. 21:36
728x90

나는 새콤한 과일을 무척 좋아한다.
아직 담양 고향마을에 살 때 아마도 10살 즈음으로 기억한다.
옆집 담장너머로 살구나무 한그루가 제법 내 신맛을 길들이고 있었다. 그러나 살구나무집 형은 내게 살구를 허락하지 않았으니 오며 가며 몰래몰래 땅에 떨어진 살구를 주워 먹었다. 떫은 감이 유일한 과일이라고 믿던 내게 살구는 신세계를 열어주는 맛이었다.

그 살구를 오늘 퇴근길에 여의도에서 만났다. 운동 겸 돌아가고자 샛강 산책길로 들어서는데 땅에 떨어진 살구를 보고 얼마나 반갑던지 50년 세월의 간극도 잊은 채 떨어진 살구를 주워 모았다. 그리고 한입 베어무는데 땅에 떨어져 생긴 상처는 그대로지만 맛은 그때 그맛이 아니었다.

여의도에서 만난 살구가 내 유년의 신맛을 자극하고 기억을 소환하니 당분간 퇴근길은 이 길로 정해졌다.

땅에 떨어진 살구가 나를 반갑게 맞이한다.

그중 썽썽한것들을 골라 주웠다.

여의도에 살구나무가 있다.

728x90

'여인두의 시시콜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포리똥  (0) 2023.06.17
강화도 워크숍  (1) 2023.06.16
간절히(연영석 곡, 김관일 노래)  (0) 2023.06.11
더 데이즈(THE DAYS)  (0) 2023.06.10
세슘 우럭  (0) 2023.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