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두의 시시콜콜

포리똥

여인두 2023. 6. 17.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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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후문에 승달산에서 흘러내려오던 실개천이 흐르고 있었다.
지금은 복계공사로 사라졌지만 그 실개천에서 떼로 몰려다니던 오리가 생각난다. 실개천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개문만복래라는 자취집이 있었는데 1층 한옥에 다섯 평 남짓 자취방이 30여 개나 다닥다닥 붙어있던 그 집은 지금 기준으로 보면 불법 개축한 건축물이었다.
옆 방에서 무엇을 하는지 보지 않아도 훤히 알 수 있는 구조인데도 젊은 청춘들은 그곳에서 우정도 쌓고 사랑도 하고 못하는 게 없었던 시절이었다.

이맘때 개문만복래를 나서면 실개천 옆에 보리수 나무가 빠알간 열매들을 가득 안고 배고픈 청춘들을 유혹한다. 약간의 단맛에 신맛 한 스푼 떫은맛 두 스푼을 첨가했다고 표현하면 딱 맞을 그 맛을 지금도 못 잊어 보리수나무만 보면 꼭 열매를 따먹는다.

그때는 포리똥이라고 불렀는데 왜 그렇게 불렀는지는 알 수없지만 오늘도 보리수나무를 발견하고 포리똥을 한 그릇 따서 대학시절 아련한 추억의 맛을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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