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두의 시시콜콜

'정치개혁'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

여인두 2023. 12. 18.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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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저마다 자기 욕망에 사로잡혀 꼬임에 넘어가는 바람에 유혹을 받는 것입니다.’(야고 1.14) 이천년 전 야고보가 한 말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만고의 진리다.
일천년 전 자치통감에서 사마광은 ‘장부일언허인 천금불역(丈夫一言許人,千金不易)’이라며 말 한마디 한미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했다.

“내가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 3당, 4당이 나오는 다당제가 더 중요하다” 지금은 몇몇 사람만이 기억하는 이 말은 분명 대통령에 출마한 분께서 직접 시민들에게 한 연설이고, 약속이었다. 일이천년 전 선인들의 말을 되새기지 않더라도 무릇 정치하는 이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가벼워서는 안 된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그런데 이 분이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를 시연하고 있다. 심지어 선거제도 퇴행을 통해 비례로 셀프공천할 원대한 구상마저 서슴지 않겠다고 천명한다. 도대체 이분의 이 ‘역발산기개세’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그러나 천하의 항우도 본인의 기세만 믿고 날뛰다 애첩 우희와 함께 몰락했으니 이 분이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 아닌가 싶다.

전체주의와 달리 민주주의의 핵심은 다원성에 있고, 정치에서 다원성은 비례성이 얼마나 보장되는가에 있는 것이다. 10%의 지지를 받는 정당이 10%의 발언권을 보장받는 정치야 말로 민주주의의 핵심에 부합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거대 양당이 추진하려는 병립형으로의 회귀 심지어는 권역별 병립형으로의 회귀는 그나마 힘들고 어렵게 만들어가고 있는 정치개혁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이고 증오 정치와 반사 이익 구조라는 낡은 정치를 연장하겠다고 하는 꼼수에 불과하다.

다시 그 분 이야기로 되돌아가 제발 약속을 지켜주시기를 당부드린다. 이 약속은 당신만이 아니라 당신이 속한 정당의 약속이었다. 손바닥 뒤집듯 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세 치 혀가 아무리 가벼워도 입 밖으로 나온 말에 대해 책임을 질 줄 아는 민주시민의 모습을 보여주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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