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일봉 둘레길에서 너븐숭이까지의 길은 아픔의 길이다.
제주도 그 어느 길이 아프지 않은 길이 있겠냐마는 이 길을 걷다 보면 그 아픔이 유독 더 깊어진다.
처음 서일봉 둘레길에 들어섰을 때 나무동굴과 해안선 절벽에 감탄하면서 걸었다. 그런데 4ㆍ3길이라는 리본을 보면서 제주도민이 학살을 피해 이 절벽 끝까지 몰렸을 생각에 아프기 시작했다. 그리고 좀 더 걸어 해안동굴을 맞이하게 됐다. 일제가 패망 직전 연합군의 상륙을 막기위해 자살특공대(의 대부분은 강재로 동원된 조선의 청년들이었다.)인 인간어뢰정을 숨겨놓기 위해 파놓았다는 해안동굴을 제주에서도 마주하다니... 목포 고하도에도 이러한 동굴이 20여 개가 있기에 그 아픈 역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 길이 아픔의 길인 이유는 처음의 환희가 갑작스레 슬픔으로 변하기 때문, 일제의 수탈의 역사와 해방시기 학살의 역사가 공존하기 때문이다.
너븐숭이 4ㆍ3기념관 애기무덤 앞에서 읽은 구절은
'슬픈 일이 있고 나면
별이 하나 떠오른다'
그래서 하늘에 별이 그렇게 많았구나
'여인두의 시시콜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볍게 바람처럼 (0) | 2024.06.19 |
---|---|
자기 그릇만큼만 담을 수 있다 (1) | 2024.06.19 |
서우봉의 일출 (0) | 2024.06.19 |
꽃이 피는 계절은 모두 다르다 (0) | 2024.06.19 |
올레길 18코스 '민족 자존의 고향 조천읍' (0) | 2024.06.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