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좋아 소년급제하고 영국과 미국을 주유하면서 학위를 취득해, 불혹의 나이로 기획재정부 주요 국장을 두루 섭렵했으니 그의 안목과 세계관이 얼마나 넓고 심오할지 상상이 안된다.
그 넓고 심오한 세계관으로 민중들의 삶을 보살폈으면 얼마나 좋으련만 한평생을 권력의 편에서 외줄타기를 했으니 가끔 텔레비전에 비친 힘없고 지친 모습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진보정부(?)와 보수정부를 오락가락하면서 그들의 비위를 맞추고 그들이 요구하는 전혀 다른 정책들을 생산하느라 얼마나 똥줄이 탓일까? 혼자만 소년급제한 것도 아니고 주위에 그런 수재들이 바글바글한 기재부에서 살아남으려면 또 얼마나 많은 오물을 손에 묻혔을까?
박근혜의 미르제단 설립과 이재용의 불법 경영권 승계의 밑자락을 깔아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등 혁혁한 공을 인정받아 기재부 장관의 자리까지 올랐으니 그의 처세술이야말로 트럼프에 딱 달라붙은 앨런 머스크의 뺨을 열두 번을 때리고도 남을 지경이다.
그런 그에게서 거부권을 기대하기란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격이다. 하물며 윤석열 내란 사태 당시 그의 행동이 내란 종사자라는 의심을 받고 있는 터, 본인을 수사할 특검을 승인한다면 그가 쌓아 올린 공든 탑이 하루아침에 무너질게 뻔한데 그리 어리석은 자였다면 지금 이 자리까지 올라오지도 못했다.
"서울대가 나라를 망친다"는 도올 김용옥의 일갈처럼 머리만 좋은 놈의 전형적인 삶을 살아온 그로서는 자신의 영달과 민중의 요구 사이 선택은 당연한 것이다.
그는 그렇게 세상을 살아왔다.

'여인두의 시시콜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0) | 2025.02.03 |
---|---|
전광훈과 손현보 (0) | 2025.02.02 |
박 터트리기 (0) | 2025.01.26 |
22대 전교조 전남지부 출범식 (0) | 2025.01.25 |
배신 (0) | 2025.0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