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두의 시시콜콜

Tulsi Pun Magar

여인두 2025. 2. 28. 18:02
SMALL

故 뜰시 분머걸(Tulsi Pun Magar)의 명복을 빕니다.

한국에 들어온 지 6개월밖에 안 된 28세 네팔 이주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스물여덟이면 한창 꿈 많은 시절인데 이역의 땅에서 삶을 정리하기까지 얼마나 외롭고 힘이 들었을까? 짐작할 수조차 없는 그의 삶의 무게가 기자회견 내내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산 비탈을 깍아 만든 3층 공장형 축사, 숨 쉬는 것이 더 고역이었을 반밀폐 공간에서 20여명의 이주노동자는 온갖 차별과 모욕을 견디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돈을 벌러 왔지만 돈을 모아 고국의 가족에게 송금하는 행복 보다 이곳을 빠져나가는 것이 더 큰 목표가 되어버린 청년의 처절한 절규는 그가 죽어서야 들어주는 사람이 생기기 시작했다.

자살은 사회적 타살이다. 그의 죽음 앞에 당당할 수 없는 사람들, 그들이 모여 그의 삶과 죽음을 수습하고 그의 이름이 다시는 호명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차별이 없는 사회, 더 이상 단일민족이 자랑이 아닌 사회, 백인 앞에서는 한없이 무기력하다가도  유색인 앞에서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뿜어내는 못남을 단일민족이라 자랑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모두 다 사람이고, 모두 다 생명이다. 이 땅에 생명 아닌 것이 없다.

다시한번 故 뜰시 분머걸(Tulsi Pun Magar)의 명복을 빕니다.

'여인두의 시시콜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빵맨  (0) 2025.03.06
일본인은 돌아가지 않았다  (1) 2025.03.03
나는 계몽됐습니다.  (1) 2025.02.26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1) 2025.02.23
지속가능한 지역 실현은 가능한가?  (0) 2025.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