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두의 시시콜콜

호빵맨

여인두 2025. 3. 6.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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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 친구와 함께 간 식당에서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활짝 웃고 있는 호빵맨.
그와 같이했던 짧은 당 생활 속에서도 나는 그와 같은 편을 묵어본 적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심지어 그가 당대표에 출마했을 때도 나는 다른 후보 편이었다. 그럼에도 그의 부음에 통곡했으며  그의 부재로 인해 직면해야 할 당의 현실에  한없이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그 안타까움은 곧 현실이 되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그가 없어 당이 그렇게 됐다'라고, 그러나 그가 있었어도 결과를 바꾸기엔 역부족이었을지 모른다. 다만 그 과정은 달라 지금과 같은 비호감 충만한 당은 아니었을 것이다.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 그가 떠난 지 7년, 나는 그를 기억하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세운 재단의 운영위원이다. 그가 살아있을 때는 한사코 그를 멀리했던 내가 그의 죽음 이후 그와 편을 묵기 시작했고 지금은 그의 유지(遺志)를 따르고 있다. 물론 내 가벼운 존재가 그의 장중함을 따라가기에는 한없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그가 만들고자 했던 세상이 내가 동경했던 세상이기에 그를 부여잡고 있는 것이다.
내일모레면 3.8 세계여성의 날이다. 117주년 여성의 날을 맞아 생전에 그가 나누었던 장미를 민주주의의 새로운 불씨를 지피고 있는 광장의 시민들에게 나눌 예정이다. 생존을 상징하는 빵 대신 다시 만날 세상을 위한 헌법해설집과 인권을 상징하는 장미를 그의 이름으로 나눔으로써 그가 여전히 시민과 함께 있음을 알릴 것이다.

촌철살인의 대가, 언어유희왕, 문화인, 맛객등 그의 이름 앞에 붙어있는 수많은 별칭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별명은 호빵맨이다.
사랑해요 호빵맨!
그리고 10년이 넘게 그의 사진과 사인을 간판처럼 걸어놓은 황소고집 사장님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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