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이 연단에 오른다.
불안 불안하다. 마당에 앉아 분위기 파악 못하고 고함을 치던 학생이다. 처음에는 취객인가 할 정도였다.
사회자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을까? 연단에 세우는걸 주저주저한다.
연단에 서서 자신을 중학생이라고 소개하는 순간 집회장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긴장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중학생 또래가 마이크를 잡고 성공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윤석열 퇴진 한마디 외치고 내려가겠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반전이 일어난다. 윤리 수업(지금도 윤리 과목이 있나?)을 제대로 배운듯한 썰이 풀리기 시작하자 반신반의했던 청중의 반응은 열광적으로 변한다. 그의 호흡에 맞춰 호흡하고 발언 중간중간에 박수가 터져 나온다. '이타적이지 못한 대통령은 물러나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말에 아빠, 엄마 미소가 이곳저곳에서 활짝 피었다.
짧은 연설이었지만 중학생다운 패기와 중학생답지 않은 말발에 다들 넘어가고 말았다. 덕분에 탄핵정국 이후 처음으로 연단에 서주셨던 덕수형님의 말씀이 빛을 바라는 순간이었다.
덕수형님의 시민발언도 명연설 반열에 올릴 최고였으나 오늘 날을 잘못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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