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이야기

목포, 7월의 찬가

여인두 2025. 7. 6. 13:02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낮,
잠깐 바람이나 쐬자며 집을 나섰다.
그저 가까운 그늘 아래를 걷다 돌아올 생각이었다.
그런데 발길이 닿은 곳은, 상상보다 깊고 시원한 숲이었다.

7월의 눈부신 햇살을 받으며 천천히 길을 걷다보면 발밑엔 나뭇잎 그림자가 반짝이고, 머리 위론 초록의 천장이 시원한 그늘을 드리운다.
아파트 숲을 벗어나 이렇게 진짜 숲이 반겨주는 도시가 또 있을까?
목포는, 도시이면서 자연이다.
사람이 만든 것과 하늘이 만든 것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축복받은 공간이다.

유달산 자락을 타고 대반동으로 향하는 길,
나뭇잎 사이로 스치는 바람 끝에 소금기 어린 내음이 실려오면 어느새 눈앞에 나타난 유달해수욕장이
작지만 아늑한 품으로 여행자를 맞이한다.

물론 큰 기대는 하지 마시라.
이곳은 오랜 시간 잊혀졌던 해변이다.
80년대초 영산강 하구둑이 들어선 이후, 모래가 빠져나가며 폐쇄되었던 곳. 그 자리를 다시 일궈 복원한, 도시 속 미니 해수욕장일 뿐이다.
하지만 그 소박함이야말로 진짜 목포다운 풍경 아닐까.

모래사장에 앉아 숨을 고르고 고개를 돌리면 유달산 능선 위로 바람에 나부끼는 붉고 푸른 깃발이 보인다.
오래된 점집을 알리는 깃발이지만 이 순간엔 그저 조용한 여름의 풍경일 뿐이다.
빠름과 소란의 시대에 그렇게 천천히 나부끼는 깃발 하나가 지금 이 길을 걷고 있는 나를 조용히 지켜보는 것만 같다.
느림의 미학이란 어쩌면 이런 장면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 아래
바다는 오늘도 말 없이 목포를 보듬고 미지의 세계로 향해간다.

7월의 목포는 이렇듯 모든 것을 품는다.
걷다 보면 어느새 자연에 스며들고,
도시도 사람도 그 안에서 조용히 숨을 고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