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두의 시시콜콜

역사의 수레바퀴

여인두 2021. 11. 9. 10:33

정의당 심상정후보의 5.18국립묘지 참배를 함께했다.
광주시민을 학살한 전두환을 두둔하는 者(놈 자)가 대통령후보가 되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아무리 인간이 망각의 동물이라지만 그렇게 잊고 살다가는 역사의 수레바퀴에 갇혀 그 시대로 돌아갈 수 있다.
지금의 필리핀을 우리는 주목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필리핀도 1960년대 우리보다 훨씬 잘 살았고, 심지어는 우리나라에 구호물품까지 보내 줄 정도였다. 그런 필리핀이 마르코스라는 독재자를 만나면서 쪼그라들기 시작해 지금은 동남아 국가중에서도 하위권에 속하는 나라가 됐다.
우리도 지금 잘 나간다고 과거를 잊고 산다면 필리핀처럼 안된다는 보장이 없다. 독일이 나치를 한사코 부정하는 이유도 자칫 역사의 수레바퀴에 갇혀 또다시 파시즘의 광풍이 불지 않을까하는 경계에서 비롯됐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과거를 계승하되 단절할 것들에 대해 철저히 단절하지 않는다면 부지불식간에 그 과거가 우리를 엄습할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윤석열과 같은 무리들이 잊지 않는가? 심지어 그 학살마저도 정당했다고 주장하는 노재봉 같은 者(놈 자)들이 있고, 그 이전 박정희의 쿠데타에 향수를 느끼고, 더 나아가 이승만독재를 미화하는 집단들이 버젓이 활개치고 있는 시대에 예민하게 바라보고 관찰하지 않으면 그들이 미화하고 찬양하는 시대는 도둑같이 올 것이다.

목포로 내려오는 길.
80년 5월 광주에 살고있던 초등학교 5학년인 나를 회상했다. 5월 어느 날 군중을 따라 광주역과 광주MBC를 거쳐 사직공원과 조대앞 양영학원까지 행진을 했다. 양영학원 앞에서 도청으로 향하던 길, 어린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가라는 어른들의 훈계를 들으면서 돌아섰지만 내 등 뒤로 들리는 총소리는 지금도 생생하게 귓전을 맴돈다. 마치 현실의 세계가 아닌 것처럼...
그 행진에 함께 했던 것이 지금의 나를 잉태한 원형이 아니었을까? 광주역 분수대에 박혀있는 화물트럭과 불에 탄 광주MBC의 매쾌한 냄새, 집으로 돌아오는 골목길에서 마주쳤던 피, 그리고 며칠뒤 소년들 사이에 소문으로 무성했던 동네 언덕배기 수풀 사이 시체까지도 그 총소리와 함께 생생하게 기억된다.
어디 그뿐이랴 긴장으로 가득한 수많은 사람들의 행진속에서도 해학이 있었고 나눔이 있었다. 원없이 주먹밥을 먹을 수 있었고, 아재들의 입담에 웃기도 하고, 울기도 했었다.

그리고
‘전두환은 물러나라 좋다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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