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새콤한 과일을 무척 좋아한다. 아직 담양 고향마을에 살 때 아마도 10살 즈음으로 기억한다. 옆집 담장너머로 살구나무 한그루가 제법 내 신맛을 길들이고 있었다. 그러나 살구나무집 형은 내게 살구를 허락하지 않았으니 오며 가며 몰래몰래 땅에 떨어진 살구를 주워 먹었다. 떫은 감이 유일한 과일이라고 믿던 내게 살구는 신세계를 열어주는 맛이었다. 그 살구를 오늘 퇴근길에 여의도에서 만났다. 운동 겸 돌아가고자 샛강 산책길로 들어서는데 땅에 떨어진 살구를 보고 얼마나 반갑던지 50년 세월의 간극도 잊은 채 떨어진 살구를 주워 모았다. 그리고 한입 베어무는데 땅에 떨어져 생긴 상처는 그대로지만 맛은 그때 그맛이 아니었다. 여의도에서 만난 살구가 내 유년의 신맛을 자극하고 기억을 소환하니 당분간 퇴근길은 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