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은 지난 6월 24일 전국위원회 결정사항인 혁신재창당을 위해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전국위원회에서는 ‘정의당의 가치와 비전에 동의하는’ 모든 세력과 함께 기득권 양당체제를 뛰어넘겠다는 결정을 했다. 이를 바탕으로 ‘정의당 사회비전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고, 신당창당추진단이 구성돼 10월 21일 당대회까지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런데 전국위원회의 혁신재창당의 결의가 채 가시기도 전인 7월 6일 당내 정파조직인 ‘새로운진보’(정확히는 당내·외를 아우르는 정파)가 탈당을 선언했다. 그리고 오늘 그동안 물밑에서 중도혁신(?)을 주장하던 당원들이 ‘대안신당 당원모임’을 제안하는 연판장을 돌리기 시작했다. 물론 ‘세번째 권력’도 가만히 있지 않고 7월 28일 기자회견을 통해 강서구청장을 매개로 ‘양당 체제를 무너뜨릴 단일후보’를 들고 나섰다.
바야흐로 정의당은 지금 정치의 계절을 맞이하고 있다. 그런데 아직 정치의 계절이 도래하기에는 이른 시기다. 계절을 거스르는 꽃이 된서리를 맞듯 모든 것에는 때가 있고, 그 때를 기다리는 것 또한 미덕이다. 당연히 때를 거슬러 혁명을 시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으나 그 역시 아직은 이르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아직 연대의 대상이 명확하지 않고, 내부의 불안감만으로 우군을 확보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당원들의 정서까지 고려한다면 그것이 ‘최대연합’이든 ‘중도의 길’이든 현재 정의당이 안고 있는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까지 여기는 당원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 정의당의 가장 큰 위기는 무엇일까? 그것은 어디에도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현실정치판에서 부유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열리고 닫힌 정치판에서의 역할이 극명하게 차이가 났고, 열린 정치판에서 감지하지 못했던 위기의 징후들이 지금과 같이 닫힌 정치판에서 도드라졌다. 그래서 혁신재창당의 기조를 ‘노동중심성 회복’으로 정했고 그것을 만들기 위해 5.20 노동자당원정치한마당을 통해 600여명의 노동자들이 모여 노동이 중심이 된 재창당을 결의했다.
노동자정치한마당은 진보정당으로서 정의당이 가야 할 길을 비교적 명확히 제시했다. 그것은 노회찬의원께서 생전에 말씀하셨듯 이름은 있으나 그 이름으로 불리지 못하고 투명인간 취급받는 청소부 김씨, 용접공 이씨, 농사꾼 박씨의 이름을 찾아주는 것이요, 더 이상 정치문법으로 이들을 대하지 않는 것이다. 정의당은 이 기조를 유지하면서 재창당의 가속 패달을 밟아야 한다. 그러나 당내 일부 정파들의 생각은 달랐을까? 5.20 노동자당원정치한마당과 6.24 전국위원회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정의당이 ‘발 딛고자 하는’ 아니 ‘발 딛어야 하는’ 현장이 아닌 ‘제3의 길’을 자꾸 펼쳐 보이고 있다.
그들이 말하는 ‘제3의 길’은 무엇일까? ‘최대연합’ 또는 ‘중도의 길’ 모두 표현은 다르겠으나 보수양당의 반대급부를 바라는 것은 일맥상통하다. 또한 다음 총선에서 보수양당 너머에 있는(최대연합) 또는 중간에 있는(중도의 길) 사람들을 모아 제3세력을 형성하겠다는 것이고, 그 결과 우리 정치풍토에서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던 3당을 성공시켜 보겠다는 것이다. 우리 정치판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그들의 진정성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 길에 노동자는 있는가? 농민은 있는가? 장애인과 여성은 있는가? 그리고 수많은 투명인간들은 있는가?란 질문을 던지고 싶다.
이러한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대안신당 당원모임>에서 말하는 ‘최대강령’보다는 ‘최대연합’, <세번째 권력>이 말하는 ‘자유주의’ 안에는 아무리 생각해도 노동자, 농민, 장애인, 여성등 수많은 투명인간들의 생존의 문제보다는 정치 엘리트들의 또다른 정치문법만 읽히기 때문이다.
정의당은 진보정당이다. 20년 진보정당의 역사와 10년 정의당의 역사가 비록 부침이 심했고, ‘진보’라는 단어가 아무리 오염되었다 하더라도 ‘오늘의 절망을 넘어 희망의 역사를 열’고, ‘평등과 통일의 길에 어떠한 시련도 마다않겠다’는 다짐은 변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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