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방기곡경과 강구연월

여인두 2010. 1. 6.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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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기곡경과 강구연월


소의 해도 가고 호랑이의 해가 찾아왔다. 특히 올해는 60년만에 찾아온다는 흰호랑이(백호)띠라서 새로운 희망을 품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많이 만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사람들의 희망에 맞게 올해도 교수신문에서 2010을 여는 희망의 사자성어를 발표했다.


2010년 희망의 사자성어인 ‘강구연월’(康衢煙月, 편안 강, 네거리 구, 연기 연, 달 월)은 ‘번화한 거리에 달빛이 연기에 은은하게 비치는 모습’을 비유한 말로 중국 전국시대의 사상가 열자의 중니편(仲尼篇)에 수록되어 있는 것으로 태평성대였던 중국 요임금시절 민중들에 의해 불려지던 가요(강구요(康衢謠)로 한자문화권에서는 ‘시대의 편안함’을 이노래로 대신 표현해왔다고 한다. 실로 오늘을 사는 우리 서민의 바램을 대변하는 말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2010년 새해는 우리의 바램과는 달리 국회의 예산안 날치기 처리라는 추태와 함께 밝아왔다. 또한 세종시와 4대강에 울려 퍼질 ‘삽질’ 소리,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는 지역상권을 송두리째 뒤흔들 SSM의 확대, 서민복지의 축소, 물가인상, 더욱 기승을 부릴 사교육, 도시 재개발의 문제, 물꼬는커녕 있는 통로마저 막히고 있는 남북관계 등 온갖 악재들이 우리의 앞을 가로막고 있어 실로 강구연월의 시대가 올지 마음이 놓이질 않는다. 


2010희망의 사자성어와 함께 발표된 2009년의 사자성어를 보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피폐해졌는지를 알 수 있다. 2009년을 대표하는 사자성어인 방기곡경’(旁岐曲逕)은 ‘사람이 많이 다니는 큰길이 아닌 샛길과 굽은 길’을 이르는 말로 ‘바른길을 좇아 순탄하게 일을 처리하지 않고 그릇된 수단을 써서 억지로 한다.’는 의미와 함께 조선 중기 유학자 율곡 이이가 <동호문답>에서 군자와 소인을 가려내는 방법을 설명하면서 “소인배는 제왕의 귀를 막아 제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방기곡경’의 행태를 보인다.”고 말한 데서 비롯됐다고 하니 정부의 세종시법 수정과 4대강 사업의 강행, 미디어법 날치기 과정등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독선적인 모습을 적절히 표현했다. 


 

이쯤해서 지난 몇 년간 우리사회의 희망의 메시지였던 사자성어와 그 해 마지막날 발표됐던 사자성어를 살펴봄으로서 우리사회가 매년 어떤 희망을 품고 있었고 또한 어떤 어려움에 직면했는지와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역경을 해쳐나갈 수 있을까를 알아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2009년 화이부동(和而不同:남과 사이좋게 지내나 무턱대고 어울리지는 아니함) / 방기곡경(旁岐曲逕), 2008년 광풍제월(光風霽月:맑은 날의 시원한 바람과 비 갠 날의 상쾌한 달빛, 사람의 깊은 인격을 비유할 때 쓰는 말) / 호질기의(護疾忌醫:문제가 있으면서도 남에게 충고받기를 싫어함), 2007년 ‘반구저기’(反求諸己:돌이켜 자기 자신에게서 찾는다) / 자기기인(自欺欺人:자기를 속이고 남도 속인다)

살펴본바대로 매년 우리 바램과는 달리 우리의 삶은 고달팠다. 그러나 이러한 고달품 역시 새로운 희망에 자리를 내주곤 했다. 2010년은 지방선거라는 국가적 이벤트가 있는 해이다. 고달픈 이명박 시대에 서민에게 희망을 주는 새로운 판을 짜기 위해서라도 지방선거의 의미는 남다르다 하겠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올해의 사자성어를 호랑이처럼 예리하되 소의 발걸음처럼 우직하고 신중하게 살겠다는 다짐과 함께 호시우보(虎視牛步)로 정하였다. 새해 동문님들과 희망을 함께 나누고 싶다. 그게 한갓진 기대에 그치리라는 걸 알면서도 ‘억대 연봉’은 아니더라도 새해의 살림살이가 조금이라도 나아지기를 축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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