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두의 시시콜콜

강진 남녘교회

여인두 2024. 7. 11. 21:54

오랜만에 강진행이다.
강진하면 다산초당과 백련사 그리고 '오-매 단풍들것네'의 영랑 생가가 떠오른다. 아! 최근에는 가우도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그런데 오늘은 강진읍 덕남리에 있는 남녘교회를 다녀왔다. 물론 남녘교회가 목적지가 아니라 강진에 볼 일이 있어 간 김에 남녘교회 목사님과 차 한 잔 하고 싶어 찾아갔다. 목포에서 출발할 때 목사님께 전화를 드렸으나 통화가 되지 않아 주인 없는 교회를 홀로 염탐을 하고 온 느낌이다.

강진읍에서 다산초당 가는 길 초입에 위치한 남녘교회는 아담하면서도 정갈하게 꾸며져 있었다. 아무도 없는 교회 마당에서 예쁜 꽃들과 눈을 맞추다 반세기쯤 교회를 지켰음직한 감나무를 지나 교회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교회당 문을 열면 누군가가 밝게 맞이해줄 것 같았는데 교회 특유의 경건함이 무겁게 내려앉아있었다. 목사님과 연락이 닿지 않았는데 누가 있어 나를 반기겠는가?
멀리서 십자가를 향해 묵상을 하고 돌아서려는데 내 눈길을 끄는 문구가 있었다. "교회는 조선인 자신의 교회이어라" 민족주의 색채가 다분히 묻어나는 이 문구로 인해 이 교회와 이 교회 목사님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 교회 목사님과 첫 대면 때 소설 아리랑과 태백산맥의 고서완과 서민영이 생각났었구나... 기독교 사회주의에 기반한 크리스찬 공동체를 꾸렸던 소설 속 두 인물처럼 이 교회 목사님도 그럴 분 같았다. '화향백리 인향만리'라고 곁에 없지만 깊이있는 사람의 묵직한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교회를 떠나 다산초당을 들러 목포로 오는 길에 목사님의 전화를 받았다. 오늘 목사님과의 인연은 엇갈리는것으로 하고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강진에 가서 남녘교회를 찾아간 이유는 목사님과의 대화 갈증도 있었지만 독일의 대표적인 시사주간지 슈피겔지가 몇 해 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100대 교회'로 남녘교회를 선정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