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탈이 나고 말았다. 아침은 그럭저럭 넘어갔는데 차를 타기 시작하면서 어제 과음의 효과가 바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숙취에 멀미까지 겹치면서 입맛을 잃어버렸다. 여행은 멋있는 것을 보고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함인데 양고기 냄새만 맡아도 헛구역질이 날 정도로 괴로운 하루를 보냈다. 그래도 여행은 즐겁게... 하려고 애썼다.
쳉헤르에서 아침 일찍 온천으로 숙취를 풀고(나는 못 풀었다) 또 다섯 시간의 장거리 이동 후 미니사막에 도착했다. 중간에 점심은 현지식당에서 해결했는데 모조리 양고기 요리뿐이었다. 일행 중 또 한 명의 증상은 나보다 더 심해 네 명 중 두 명만이 식당에 들어가고 그와 나는 양고기 냄새를 피해 식당조차 들어가지 못하는 비극(?)이 벌어졌다. 대신 식당 안 두 사람이 4인분을 해결하느라 행복했단다.
미니사막에 도착해 행장을 풀고 캠프 주변을 돌아보는 것으로 이곳 일정을 시작했다. 고비사막처럼 그런 모습은 아니지만 사막화가 진행되는 것인지 멀리 초원은 보이는데 그 한가운데 민둥산과 함께 모래사막이 펼쳐져있었다.
투어 공식 일정인 낙타 체험시간, 낙타는 책과 영상으로만 봤지 실제로는 처음 보는 것이라 신기하기도 하고... 특히 낙타가 사람을 태우기 위해 주저앉을 때 무릎을 갑자기 꺾는 모습에 저래도 무릎이 성할까 하는 괜한 걱정까지 들었다.
낙타를 타고 사막을 거니는 모습이 실크로드를 통해 동서양간 문명 교류의 첨병 역할을 한 대행상의 이동 모습처럼 사진이 잘 나왔다. 역시 여행에서 남는 것은 사진뿐이다.
저녁은 몽골에서 특별한 손님에게만 허락한다는 허르헉이었다. 그러나 앞서 말한 대로 속이 메스꺼워 먹지 못했다. 이 역시 두 명만 호사를 누렸다. 몽골을 또 언제 올지 모르겠지만 이곳의 진품인 허르헉을 먹지 못해 두고두고 아쉬울 것이다.
몽골의 밤 하면 하늘의 별 아니겠는가? 사막 한가운데서 캠프의 다른 팀들과 함께 조그맣게 모닥불을 피워놓고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며 바라본 은하수는 지난 여행 때 본 테를지의 밤하늘과는 또 다른 감흥으로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