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아침은 일찍 시작된다. 밤새 은하수의 별을 헤다 깜빡 잠이 들었는데 눈을 뜨니 5시다.
게르를 나와 하늘을 보니 어젯밤 그 많던 별들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매가 차지하고 있었다.
멀리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한다. 나 혼자만 보기 아까워 일행을 깨워 대동하고 일출을 보기 위한 명당을 찾아 나선다. 지평선에서 떠오르는 일출은 처음이다. 그동안 먼 바다 수평선이나 산등성이를 타고 오르는 일출은 경험했지만 지평선 일출은 색다른 경험이라 일행들 모두 감탄해 마지않는다.
이 넓은 초원 고요한 아침
지평선 너머 떠오른 태양이
작은 목소리로 나를 깨운다
해넘이 때 보여준 이별의 낙조는
일출의 찬가를 듣기 위함일 뿐
결코 사라짐이 아니었다
지평선의 일출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테를지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또 최소 8시간을 이동해야 하고 그 과정에 울란바토르 시내를 통과하는 코스라 최대한 빨리 출발해야 해서 아침도 거르기로 했다. 울란바토르의 교통체증을 미리 경험한 터라 내가 일행을 설득해 출발시간을 앞당겼다. 만약 정상적으로 이동했다면 테를지에서의 일정에 차질이 생길뻔했다.
거북바위를 보고 테를지에 도착 승마체험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된 일정 속에 일행의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날씨는 덥고 계속 차만 타고 다니니 힘들 수밖에... 그래서 몽골을 미리 경험한 내가 출발하기 전 고생길이라고 경고도 하고 여행코스 짤 때도 동의를 받았었는데 막상 닥치니 임계점에 도달했나 보다.
승마체험은 아찔한 경험이었다. 하필 내가 탄 말이 반항을 하는 바람에 한 시간 내내 말에서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떨어야 했다. 지난번 왔을 때는 평원을 거닐었는데 이번에는 산등성이를 타는 바람에 더욱 힘든 체험이었다. 더욱이 말과 내가 불협화음을 일으켰으니 내 엉덩이에 물집이 잡히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테를지국립공원하면 은하수가 명물이고 지난번 왔을 때도 은하수를 원 없이 봤기에 오늘도 단단히 벼뤘지만 결과적으로 보지 못했다. 저녁 시간에 가이드가 마련해 준 삼겹살 파티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탓이다. 대신 일행 중 한 명이 그 취중에도 별을 헤아렸다고 하니 인간승리의 표본으로 추앙해주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