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이야기

밥상

여인두 2025. 4. 1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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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밤
예정에도 없던 광주행
차는 끊기고 갈 곳이 없어
본가로 향한다.

자정을 넘어 새벽으로 가는 시간
느닷없이 울려대는 벨 소리에 놀라실까
조심조심 문을 두드린다.

"무슨 일이냐"
놀라움 반 반가움 반으로 바라보는 어머니을 뒤로하고
"피곤하니까 잘 깨요! 주무세요! 내일 일찍 내려가요!"
한마디 툭 던지고 냅다 방으로 들어간다.

어머니는 아들과 더 이야기를 못해 서운하고
아들은 어머니 단잠을 깨워 미안한 밤이다.

새벽녘에 일어나 집을 나서려는 아들을 막아서는 건 어머니가 아니다.
혼자 사시는 분이 언제 이런 것을 준비하셨을까?
어머니가 차려 놓으신 밥상에 첫차 타고 내려갈 생각은 잊고 속울음을 삼키며 고프지도 않은 배를 채운다.

나는 어머니처럼 자식들에게 모든 것을 다 내어줄 수 있을까?

나이 오십을 넘어 환갑이 다 되어가는 자식을 배웅하는 노모는 더 이상 팔순이 아니다.
아장아장 걷다가 넘어질세라 뒤에서 노심초사 바라보는 애기엄마의 바로 그 얼굴이다.

내 청춘이 그랬듯 어머니의 청춘도 아름다웠을 텐데...
열차를 타고 내려오면서 어머니의 청춘 시절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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