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신안 염전 노예 사건

여인두 2021. 11. 15. 10:58

2014년 신안군 한 염전에서 임금 체불과 강금으로 혹사당하던 장애인 2명이 경찰에 구출됐다. 이들은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직업소개소의 말만 믿고 염전에 취업했다. 하루 5시간도 못자며 고된 육체노동을 강요받다 탈출을 시도했으나 번번히 실패했다. 그런데 이들이 쓴 편지가 우여곡절 끝에 외부에 전달되면서 사건의 실체가 들어났다. 이렇게 신안 염전 노예 사건은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리고 당시 대통령이었던 박근혜는 214일 업무보고중 "최근에 일어난 염전노예 사건은 정말 21세기에 있을 수 없는 충격적인 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철저히 뿌리를 뽑아야 하겠다."고 지시하고, 목포경찰서, 목포고용노동지청, 신안군은 합동 점검반을 꾸려 염전 노동자 140명의 노동실태를 조사해 18명의 염전노동자 체불임금을 적발했다. 또한 해양경찰청은 이 사건을 계기로 서남해안 섬 지역 근로자 대상 인권유린 실태를 점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7년이 지난 2021년 똑같은 사건이 발생했다.

2014년 염전사건 이후 전라남도, 전남경찰청, 노동부 목포지청, 신안군등이 참여하는 상설협의체를 구성해 매년 상·하반기 장애인 시설 인권실태 일제 합동 점검을 진행하고, 2017년부터 연간 1회 염전주 대상으로 인권교육을 진행한다는데도 염전 노예사건은 끊이지 않는다.

제대로 하기는 했을까? 2014년 합동 점검반의 공식 조사기간은 고작 1주일이었다. 신안은 유인도만 72개에 무인도 932개로 1004개의 섬이 있는데 고작 1주일 조사로 무엇을 밝혀낼 수 있을까? 배 타고 한나절을 가야 겨우 염전 하나 조사할 시간인데 1주일 조사로 얼마나 많은 염전을 조사했을까? 그리고 염전 노동자 140명을 조사했다. 염전 노동자가 몇 명인지는 그때나 지금이나 알 수 없다. 1,000여명이 훨씬 넘는다는데 140명 조사로 끝을 냈다. 그 당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의 결말이 이렇게 부실하게 맺어졌으니 신안 염전 노예는 끝나지 않을 수밖에 없다.

 

정의당 이은주의원에 따르면 염전 노예는 일부 직업소개소들이 무연고자나 노숙자, 신용불량자들에게 돈을 벌러 가자고 데려와 여관비, 숙식비, 휴흥비 명목으로 선불금을 주고 빚더미에 앉게 만든 다음 이를 염전주가 소개비 명목으로 갚아준 뒤 인부로 데리고 가면서 시작된다. 1인당 500만원 정도인 이 돈이 인부의 몸값이 되고 이들은 염전주와 채무관계로 묶여 이 돈을 다 갚기 전에는 섬을 빠져나갈 수 없다. 전형적인 인신매매 수법이다.

그런데 염전주들은 여기에 더해 술값, 담배값, 전기, 수도요금등 각종 생활비를 가불금으로 공제하고 연말에 임금을 준다고 했지만 실제 노동자가 받지는 못한다고 한다. 2021년 염전 노예로 있다 구출된 박모씨의 경우 통장으로 월금을 입금해주지만, 곧바로 현금으로 출금해 업주에게 돌려주는 방식으로 실제로 돈 한 푼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다시 떠들썩하다.

전남경찰청이 광역수사대 전담팀을 꾸렸다. 전라남도와 신안군도 이에 뒤질세라 긴밀하게 움직인다. 오늘을 계기로 염전 노예를 발본색원하기라도 할 것처럼 움직인다. 그러나 벌써부터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지난 2014년보다는 긴 8주간의 합동단속을 하기로 했으나 인력이 부족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단다. 심지어 신안군은 염전 노동자들에게 입단속까지 시켰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번에도 수박 겉핥기가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신안 염전 노예 사건이 또 터지자 소비자들이 신안 소금을 외면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다가 1004의 섬 신안이 악마의 섬이 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함이 엄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