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또 강도영

여인두 2021. 11. 12. 15:25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지셨다. 아버지의 수술비와 치료비가 2,000만원이 넘게 나왔다. 그리고 요양병원에 입원했다. 아버지는 월 200 벌이를 하는 노동자였고, 아들은 공익근무를 하기 위해 대학을 휴학한 상태였다.

그런데 어느 날 아버지는 죽고 아들은 경찰에 체포됐다.

처음에 언론들은 병든 아버지를 굶겨 죽인 몹쓸 패륜아라고 아들에게 돌맹이를 던졌다.

그러나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지고 8개월만에 벌어진 이 사건의 내막이 하나둘씩 벗겨지면서 사람들은 탄식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은 유엔 무역개발회의가 개도국에서 선진국으로 인정한 최초의 나라다. 국민소득 3만불에 GDP순위는 전 세계 242개 국가 중 당당히 10위에 랭크되어 있다. 어디 그뿐이랴 세계가 부러워하는 건강보험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나라라고 홍보하는 정부와 병원비 걱정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하는 대통령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가 아닌가?

강도영이 겪은 일은 이런 나라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다.

 

[아버지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그동안 데면데면하던 삼촌에게 손을 내밀었고, 삼촌은 퇴직금 중간정산까지 해서 형의 병원비를 지급했다. 그리고 요양병원 비용도 결국은 삼촌이 지급한다. 그러나 전신마비인 아버지는 나을 기미가 없고 병원비는 차곡차곡 쌓여간다. 22세 청년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 버거운 현실이 강도영에게 기다리고 있었다. 죽음과 삶, 누군가는 죽어야만 끝이나는 간병 전쟁이 시작된다. 결국 삼촌 통장도 바닥나 병원비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어 퇴원한 아버지가 돌아온 집은 공과금을 못내 가스가 끊기고 전화마저 끊겼다. 아무것도 먹을 수 없는 아버지는 코로 연결된 호스로 죽으로 된 음식물을 투입해야 했고, 대소변을 가릴 수 없어 이 또한 아들의 몫이였다. 아들은 편의점 알바를 하면서 아버지를 돌봤으나 한계에 봉착한다. 쌀이 떨어져 삼촌에게 다시 손을 벌이고 삼촌이 가져온 쌀, 라면, 즉석짜장과 간장으로 버티는 21세 청년의 삶은 얼마나 비참했을까? 그리고 비록 사지는 마비됐으나 정신은 온전한 아버지의 심정은 또 어떠했을까? 결국 아버지는 아들에게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필요한 것이 있으면 부를 테니 방에 들어오지 말라고 하고 아들 또한 좌절감에 빠져 무기력하게 제 방에서 며칠을 보내다 아버지 방으로 들어가 아버지의 죽음을 마주한다.]

 

이상은 언론에서 보도한 강도영 사건의 전말이다결말만 바꿔 아직도 아들이 간병을 하고 있다면 착한 효자 미담 이야기가 된다. 그런데 강도영이 아닌 이 착한 효자는 돈과 시간이 어디서 나서 계속 간병을 할 수 있을까.

답은 정부에 있다.

돌봄을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기는 우리사회의 정서와 제도를 뜯어고쳐야 한다. 강도영과 같은 돌봄 문제가 생겼는데 지금과 같이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면 결국 제2의 강도영, 3의 강도영이 나올 것이다. 돌봄은 개인이 아니라 공공이 책임져야 할 문제이다.

다음으로 재난적 수준의 의료비를 혁신하지 않고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강도영처럼 가계가 감담 할 수 없는 재난적 의료비로 인해 친척을 비롯한 모든 가족의 삶이 파탄나는 현실을 방관한다면 몇몇 부유층들을 뺀 우리 모두는 강도영이 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돌봄의 공공책임과 재난적 의료비 해소를 위한 정책을 통해 또 강도영이 없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