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이야기

보성 존제산

여인두 2021. 11. 19.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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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 존제산 정상 부근에 대형 공사가 진행중이다. 이곳은 원래 군사시설이 있었고 지뢰매설지역이라 지뢰제거 작업을 하는 줄 알았는데 그것은 아닌 것 같다. 공사비가 285억원짜리 대형공사다.

공사안내판을 보면 공군에서 무슨 시설공사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 무슨 공사일까 궁금하다.

 

정의당 강은미의원실에서 국방부에 자료요청을 했다. 사드 배치 이후 또 다른 레이더를 배치한다고 하는데 일명 그린파인 레이더 블록C의 도입 대수와 배치 지역 그리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한 질의에서 국방부는 사진처럼 두 대를 배치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물론 장소나 구체적인 계획은 군사기밀사항이라고 알려주지 않았다.

 

지난 106일 공군이 부산 해운대구와 함께 개최하려고 했던 그린파인(그린파인 블록C) 레이더 장산 배치에 대한 설명회가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됐다. 물론 국방부는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종합하면 강은미의원실이 요구한 자료에서 나온 두 곳 중 한 곳은 부산 해운대구 장산이고 나머지 한 곳은 보성 존제산이다. 그런데 보성군이나 전라남도 그리고 국방부 어느 곳에서도 확인을 해주지 않는다. 보성군은 국방부와 협의한 사실이 없다.’고 모른 척하고, 전라남도는 국방부에 알아보라고 떠밀고, 국방부는 공개할 수 없다.’고 잡아뗀다. 이미 부산에서는 주민 설명회까지 하는 마당에 왜 전남에서는 이렇게까지 숨기는 것일까?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을 가지고 말이다.

 

그렇다면 한기에 1,700억원이나 하는 그린파인 레이더 블록C를 도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방부 설명은 이렇다. ‘이 레이더가 한반도 전역에 대한 북한 미사일을 탐지, 추적, 조기경보하는 데 필요하다. 또한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탐지 능력을 보강해야 하기 때문에 도입한다.’ 그러나 이 같은 국방부의 주장은 과장되어있다.

 

이미 충청 지역에 그린파인 레이더 블록B 두기가 운용되고 있다. 탐지거리 500~900km인 이 그린파인 레이더로 북한 발사 미사일의 대부분은 탐지 가능하다. 또 북한의 SLBM의 탐지를 위해 이 레이더가 필요하다는 근거도 명확하지 않다. 북한의 잠수함 움직임은 한미일 군사위성 시스템에 다 포착되고 있는데 잠수함에 미사일을 싣고 태평양쪽으로 나가서 다시 한국쪽으로 미사일을 발사한다는 상상은 게임에서나 가능하지 정상적인 군사지휘관의 사고는 아니다. 그리고 국방부의 설명이 맞다 치더라도 탐지거리 500~900km인 그린파인 블록B로도 가능한데 왜 가격이 훨씬 비싸고 탐지거리 역시 1,500km나 되는 그린파인 블록C인가?

 

우리나라에게는 과잉군사전략이라는 비판을 무릅쓰고 국방부가 그린파인 블록C를 부산과 전남에 배치하려는 이유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MD)전략을 충실히 수행하기 위함이라는 지적이 더 타당하다. 그린파인 레이더 블록C는 사드처럼 일본, 미 본토를 방어하기 위해 북한과 중국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조기에 탐지하여 미, 일에 제공해 주는 용도로 쓰일 것이다. 3,500억원을 들여 미국과 일본의 군사방어체계를 완성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단순히 미국과 일본을 도와주는 차원이라면 몰라도 미··한 군사동맹이 궁극적으로 중국을 겨냥하고 있고, 지금처럼 미국과 중국이 첨예한 대결구도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유사시 중국을 겨냥한 군사시설에 대해 중국이 도발해 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아직은 시나리오이기는 하지만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미국이 개입할 것이고,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고 있는 한국은 직접적인 참전은 하지 않더라도 군사정보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중국 동부지역의 군사움직임이 탐지 가능한 보성 존제산 그린파인 레이더 불록C 기지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경북 성주의 사드기지에 대해 중국이 그렇게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는 이유도 그것이 단순히 북한의 탄도미사일만을 겨냥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듯 그린파인 레이더 블록C 역시 우리 의지와 무관하게 미·중의 전쟁놀음의 희생양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전남도민과 보성군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전라남도와 보성군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마지막으로 소설 태백산맥의 중심 무대였던 존제산 자락을 작가 조정래는 이렇게 쓰고 있다. 그만 그만한 높이의 산들이 줄기를 뻗고 그 줄기들이 겹쳐지고 이어지면서 원을 이루어 가고 있다. 그건 산들이 손에 손을 맞잡은 강강술래 춤이거나 어떤 성스러운 것들을 받들어 올리고자 하는 산들의 어깨 동무였다.

한국 전쟁 이후에도 여전히 존제산은 이데올로기 중심에 서 있다. 참 고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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