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를지의 아침은 상쾌하다.
몽골은 울란바토르를 제외하고 대체로 청명한 하늘을 볼 수 있다. 한반도의 7배나 되는 큰 면적에 인구는 겨우 350만명이고 국토의 80%가 초원, 10%가 산림, 1%가 경작지라고 하니 오염요소가 될만한 것이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 생각은 초원을 지날때의 생각이고 울란바토르에 들어서면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광주보다 작은 470.4㎢의 면적에 몽골 인구 절반인 165만명이 살고 있고 인구 증가 속도가 굉장히 빨라(2020년 130만명) 도시운영체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교통체증은 말할 것도 없고 공기질 역시 매우 좋지 않았다. 지난번에 왔은 때는 시당국이 공급하는 온수가 보름이나 나오지 않기도 했다.
몽골 제2도시인 에르데네트의 인구가 겨우 10만명이라고 하니 이 나라 관료들에게 도시계획은 먼 나라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초원과 사막을 생각하고 몽골 여행을 계획했다면 울란바토르는 가급적 빨리 벗어나야 한다. 그러나 우리 일행도 울란바토르라는 교통 지옥에 빠져 일정 두 개를 포기해야만 했다.
어찌어찌 울란바토르에서의 하루를 보내고 한국으로 가야될 시간, 0시 50분 출발인데 5시간이나 빨리 공항에 도착했다. 칭기즈칸공항은 수도의 관문임에도 무안공항을 연상케 할 정도로 한산했다. 우리가 떠나는 시간에도 출발선이 무안, 청주, 러시아 바이칼 호수의 이르쿠츠크 단 세편뿐이었다. 공항에서 마주치는 사람 중 70%는 한국 사람일 정도로 한국말이 어색하지 않았다.
징기즈칸공항과 이별을 하고 깜빡 졸다 눈을 뜨니 하늘 저 끝에 밝은 기운이 서려있다. 초승달과 샛별 그리고 저 멀리 펼쳐진 붉은 기운... 구름위 별천지에서 한참을 거닐다 무안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