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이야기

이별은 관계의 단절을 의미한다.

여인두 2024. 7. 7. 13:04

아이들이 기숙사에서 돌아오고 나서야 집이 좀 사람 사는 것 같다.
그런데 일이 너무 많다. 아이들 일주일치 빨래하고, 아침 먹고 돌아서면 점심이고 점심 먹고 돌아서면 저녁이다.
오늘 점심 요리사는 내가 맡았다. 어제 텃밭에서 뜯어온 상추와 부추, 오이, 양파에 온갖 양념을 버무린 채소겉절이와 계란말이, 오뎅볶음... 이 정도면 진수성찬 아닌가.

오후가 되면 또 아이들이 썰물처럼 기숙사로 빠져나가 집은 적막해질 것이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집에 있다고 해서 내 적막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학원 갔다 오면 지들 방에서 공부를 하는지 유튜브를 보는지 알 수 없는 세계로 빠져버리는 아이들 때문에 한 집에 여러 섬들이 공존하고 있다.

이별... 이별은 관계의 단절을 의미한다. 그런데 그 관계의 단절이 공간의 분리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시간의 분절으로도 충분히 이별이 가능하다. 같은 공간에 같은 아이들과 있는데도 이 애들이 과거의 그 애들이 아님을 느낄 때 나는 심한 이별의 아픔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