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이야기

오늘같이 소나기가 내리는 날에는......

여인두 2024. 8. 5. 18:50

길을 걷다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에 흠뻑 젖었다.
구름이 수상해 비가 크게 오겠구나 생각했는데 내 생각보다 빨리 쏟아지기 시작했다.
처음 비를 맞을 때는 어떻게든 이 비를 피해보려고 했으나 비가 옷을 적시고 온몸을 휘감아 돌기 시작하자 이내 포기하고 그냥 비를 받아들였다.

사진 속 거리의 끝에서 집까지 오늘길이 100미터쯤 될까말까 한 거리인데도 이렇게 복잡 미묘한 상황과 생각이 겹치면서 달리기를 포기하고 천둥소리를 벗 삼아 조용히 걸었다.

유년의 기억 속 소나기는 행복한 추억이었다. 친구들과 정신없이 놀다 소나기가 내리면 그때도 지금처럼 이리저리 비를 피해 다니다 결국 옷이 젖기 시작하면 흡사 미친놈들처럼 빗길을 뛰어도 다니고 웅덩이에 고인 흙탕물을 첨벙첨벙 튀기며 온 동네를 돌아다녔다.
나랑 함께 했던 친구들이 누구였는지는 기억에 없지만 아마 그 친구들도 오늘같이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를 보면서 그때를 생각할 것이다. 이처럼 유년의 기억을 추억으로 간직하며 산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른다.

그런데 그렇게 신나게 놀다 집에 들어오면 집은 엉망이 되어있었다. 하필 우리가 살던 상하방은 지대가 낮아 큰 비만 오면 물에 잠기기 일쑤였다. 아버지 어머니는 일 나가시고 딸래 집에 잠시 머물고 계시던 외할머니께서 그 빗물을 다 막고 계셨던 기억, 외할머니께서 날 보시더니 반가워하시기보다 철딱서니 없는 놈이 비 오는데 어딜 그렇게 쏘다니냐고 지천하시던 기억, 할머니랑 함께 흙탕물을 청소하던 기억등등

오늘같이 소나기가 내리는 날에는 외할머니가 보고 싶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