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덕산 오솔길에 낙엽이 쌓인다.
백광은 옷을 뚫고 살갗을 태우는데 만덕산 바람길 따라 오르다보면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낀다.
한 인생 살다보면 여든번쯤 맞이하는 가을바람, 쉰다섯 이제 지겨울 때도 됐는데 숲속 버들가지의 이파리를 흔드는 가을바람에 아직도 설렌다.
만덕산 중턱 옥련사 범종 아래 누워 가을바람이 전하는 소리에 귀 기울이다 사르르 눈을 감는다. 소를 찾아 나선 동자와 함께 한바탕 소동을 벌이고 눈을 떠보니 세상 돌아가는 꼴이 참 우습다.
무엇이 중헌지도 모르고 욕심껏 취하려는 자들이 벌이는 한바탕 굿도 이젠 지겹기만 하다. 그들이 혀를 놀려 내뱉는 말들이 한때 그들이 가장 혐오했던 것이라는 사실을 왜 모르는 것일까? 차라리 욕심을 숨기지 않는 편이 더 낳을뻔했다.
꿈(십우도) 속 동자는 어렵게 소를 찾아 길들이고 대려왔건만 집에 도착해보니 소도 소를 몰던 채찍도 사라지고 사람마저 텅 비어있었다. 본래 소는 내 안에 있었지만 나의 무지로 인해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나 자신이었다. 소를 데려온다는 것은 나 자신을 찾아 세상에 내놓는 것으로 내 마음속 가장 진실한 소리를 듣는 것이다.
그 진실한 소리 앞에 어떤 변명도 들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