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한다.
-박근혜 정부 출범에 부쳐-
여인두(목포시의원)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Bad money drives out good)”는 말이 있다. 이 말은 16세기 영국의 제정고문이었던 토마스 그레샴이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에게 보낸 편지에서 한말로 경제학에서는 ‘그레샴의 법칙’으로 유명한 말이다.
이 법칙은 동일한 가치를 가지는 두 화폐(동전) 즉, 금화(金貨)와 동화(銅貨)가 함께 사용되는 경우 금화처럼 실질가치가 높은 화폐는 금고속으로 사라지고 동화처럼 실질가치가 낮은 화폐만이 사용된다는 표현으로서 산업혁명 이전까지 유럽의 주요 지불수단은 은화(銀貨)였다. 그런데 국가 제정이 어려워지면 종종 100원짜리 은화에 은의 함량을 100원이하로 떨어뜨려 유통시키는 경우가 있었다. 이때 사람들은 100원어치의 은을 함유한 은화(양화)는 보관하고 질이 나쁜 은화(악화)만을 지불하여 결국 악화가 양화를 추방하고 만 것이다. 우리나라 10원짜리 동전을 보면 쉽게 이해 할 수 있는데 2006년 국제 원자제가격이 올라가고 원.달러환률이 급등하면서 10원짜리 동전의 소재인 구리와 아연 가격 또한 급등해 시중에서 10원짜리 동전을 녹여 악세사리를 만들어 판매하는 경우가 발생해 결국 10원짜리 동전을 더 싼 알류미늄 종류로 만든 예에서도 알 수 있는 법칙이다.
이 표현은 이제 경제학에서뿐만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 종교등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어 사용하고 있다. 최근(25일) 출범하게되는 박근혜정부에게도 이 법칙은 예외가 아니어서 지난 대통령선거과정에서 대표공약으로 내세웠던 경제민주화와 복지정책들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거치면서 슬그머니 사라지는 형상을 보면 여실히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지난 대선때 박근혜후보를 포함한 모든 후보들이 경제민주화를 외쳤고 복지정책의 확대를 외쳤다. 삼성 떡값 검사 공개발언으로 최근 의원직을 상실한 진보정의당 노회찬전의원의 표현처럼 이번대선에서 박근혜후보의 복지공약이 지난 대선(2008년)때 민주당의 복지공약보다 나았고 민주당 복지공약은 민주노동당 복지공약보다 나았다고 평가를 했을 정도로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다음 정부는 누가 되더라도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통해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완화될 것이라고 확신했을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발표한 박근혜정부의 국정비전과 5대 국정목표를 보면 복지후퇴와 함께 성장중심의 경제시스템을 운영하겠다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100%국가부담을 약속했던 암, 심장, 뇌혈관, 휘귀난치성질환등 4대중증질환에 대해 여전히 본인부담을 계속물리겠다는 것이 대표적인 복지공약의 후퇴이며, 경제민주화란 표현조차 삭제해버리고 전형적인 성장주의자를 경제사령탑(경제부총리, 청와대 경제수석)에 발탁함으로서 박근혜식 창조경제가 가는 방향이 이명박정부의 삽질경제와 다를바 없음을 스스로 입증해버렸다.
다시 지난 대선으로 돌아가보면 당시 박근혜후보의 복지공약과 경제민주화공약이 결국은 가짜 즉 악화였음을 현시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시말해 박근혜식 복지와 경제민주화라는 악화가 문제인식 복지와 경제민주화라는 양화를 구축(추방)해버린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러한 일을 한탄만할 수 있는 한가한 처지는 아니어서 박근혜정부가 더 이상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일을 하지 못하도록 국민들의 강력한 힘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2월 25일 박근혜 대통령 취임식에 맞춰 목포시민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