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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 끌려다니지 말고, 시간을 부리는 생활인이 되라

비가 내린다. 호우주의보까지 떨어졌다. 갈까? 말까? 30분을 뭉그적거리다가 비 오는 날 성산포가 보고 싶어 졌다. 그래 출발하자! 일단 출발하기로 한 이상 가방의 짐을 최대한 줄여야 했다. 사실 이틀간 너무 무거운 짐을 메고 다니느라 어깨가 빠지는 줄 알았다. 한 번도 쓰지 않은 필요 없는 것들을 너무 많이 가지고 다녔다. 욕심을 버리니 한결 가벼워졌다. 복장도 간편하게... 어제까지의 내 모습은 부르카를 걸친 이슬람 근본주의자의 모습이었다면 오늘은 반바지에 샌들이다. 우비만 아니면 누가 봐도 동네 건달이다. 201번 시내버스를 타고 금산목까지 1시간 20분을 가야 어제 중단했던 그 자리부터 다시 시작이다. 스님과의 어제저녁 공양은 30여년 전으로 되돌아간 젊음의 시간이었다. 스님과 공유할 수 있는 시..

돈을 먹고 살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리라

김녕에서 월정리까지의 올레길 20코스는 태초의 길이다. 태초에 화산 폭발 이후 용암이 흘러내려 바다와 만나 급격히 식어버린 원시의 제주 모습이 이러했을 것이다. 20코스 절반쯤 왔다. 앞으로 3시간을 더 걸어야 종착점인 하도 올레에 도착하는데 스님과 저녁 공양 약속이 있어 아무래도 오늘 내로 20코스 완주는 어려울 것 같다. 마지막 사진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섬이 '우도'다. 내일이면 성산포까지 가야겠다. 월정리까지 걸으면서 읽었던 구절 [마지막 한 그루의 나무가 잘려 나가고 마지막 강물이 오염되고 마지막 물고기가 잡히고 나서야 사람들은 비로소 깨닫게 되리라 돈을 먹고 살 수 없다는 것을]

카테고리 없음 2024.06.19

가볍게 바람처럼

드디어 숲길을 헤쳐 김녕이 보인다. 내 페북을 보고 목포의 성수후배가 제주 왔는데 같이 점심 먹자고 연락을 했다. 고마운 일이다. 나는 후배에게 정을 주지 못했는데 과분한 정을 받는다. 18코스와 19코스 완주 뱃지다. 오늘은 19코스가 목표였는데 시간이 남아 20코스 마저 완주하기로 마음먹었다. 과유불급이란 말도 있지만 욕심을 한번 부려볼란다. 점심 먹고 걸어오면서 읽은 구절 [바람에게 물었다.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거지?" 바람이 대답했다. "가볍게 살면 돼, 나처럼."] 감정의 정거장에 오래 머무르지 않는 것 그것이 현명한 삶이다. 가볍게 바람처럼...

자기 그릇만큼만 담을 수 있다

북촌에서 김녕까지의 길은 고난의 길이다. 앞서는 이 없고 뒤따르는 이 없이 오롯이 혼자서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산길을 걸었다. 혹여 마주치는 이가 있다면 반갑게 인사라도 하련만 그마저도 없다. 산길에 외롭게 메여있는 리본이 없었다면 내가 지금 정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다. 단조로운 산길에서 사색 없이 반복적으로 발걸음을 내딛는데 갑자기 육중한 풍차가 길을 막는다. 풍차를 보니 돈키호테가 생각난다. 돈키호테는 풍차를 거대한 적(거인)으로 인식하고 로시난테를 타고 돌진했다지... 이 풍차 15기가 만들어내는 전력은 2만 5천 가구가 1년간 사용할 수 있는 30만 메가와트라고 한다. 기후위기시대를 극복할 위력한 대안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러한 풍차와 싸우는 이가 또 있다. 기후위기시대에 연간 1..

슬픈 일이 있고 나면 별이 하나 떠오른다

서일봉 둘레길에서 너븐숭이까지의 길은 아픔의 길이다. 제주도 그 어느 길이 아프지 않은 길이 있겠냐마는 이 길을 걷다 보면 그 아픔이 유독 더 깊어진다. 처음 서일봉 둘레길에 들어섰을 때 나무동굴과 해안선 절벽에 감탄하면서 걸었다. 그런데 4ㆍ3길이라는 리본을 보면서 제주도민이 학살을 피해 이 절벽 끝까지 몰렸을 생각에 아프기 시작했다. 그리고 좀 더 걸어 해안동굴을 맞이하게 됐다. 일제가 패망 직전 연합군의 상륙을 막기위해 자살특공대(의 대부분은 강재로 동원된 조선의 청년들이었다.)인 인간어뢰정을 숨겨놓기 위해 파놓았다는 해안동굴을 제주에서도 마주하다니... 목포 고하도에도 이러한 동굴이 20여 개가 있기에 그 아픈 역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 길이 아픔의 길인 이유는 처음의 환희가 갑작스레 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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