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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송한의원

한때는 마라톤 하프를 1시간 40분대에 주파하고 풀 코스 도전을 꿈꾸던 때도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허리가 말썽을 부려 그 꿈을 포기했다. 사무실에서 집까지 20여분 거리를 걷는데 처음에는 한 번을 쉬다가 두 번을 쉬어야 할 상황까지 몰리자 찾아간 곳, 50번 정도 치료받으면 나을 수 있다고 했는데 30번도 안 돼서 갈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그래도 지금은 가끔 신호가 오긴하오지만 한 시간 이상도 쉬지 않고 거뜬히 걸을 수 있다. 서울에서 인천까지 왕복하는 두 달 동안 정이 많이 들어버렸다.

선유도 이야기

서울생활하면서 업무외적으로 가고 싶은 곳이 몇 곳 있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한 곳도 가지 못했다. 그중 한 곳이 선유도공원이다. 여의도에서 걸어서 40여분 거리인데도 그동안 발걸음을 옮기지 못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신선이 머물렀다는 곳, 조선시대 외국의 사신들이 꼭 들르고 싶어 했다는 곳, 그러나 도시의 팽창과 산업화로 신선들은 쫓겨나고, 온몸이 찢겨 여의도 비행장을 메우고, 그것도 모자라 서울시민들의 식수원 노릇을 했던 곳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인간들이 과거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화려하게 치장하지 않고 폐허위에서 다시 시작했다는 것이다. 신화가 사라진 시대에 선유도를 찾는 모든 이들이 신선이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방앗간을 들렀는데 방앗간 문이 닫혀있다.

면접 보는 날

아들 생전 첫 면접 보는 날 별 할 일이 없는 아비는 아들 걱정에 면접장까지 따라나섰다. 면접장 들어가기 전 잔소리가 마음에 걸려있는 아비는 두 시간째 면접장 1층 커피숍에서 세상 온갖 걱정을 하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아들을 기다린다. '대답은 잘했을까? 실수는 하지 않았을까?' 걱정을 했다가도 '어차피 이번에는 쉽지 않으니까 연습 삼아 보는 것이지' 위안도 했다가 '그래도...' 다시 걱정이 시작된다.

우리집 이야기 2024.06.14

산들산들 나뭇잎은 춤을 추고

30도를 넘나드는 초여름 무더위에도 산들산들 나뭇잎은 춤을 추고 그 사이로 순해진 햇살이 반짝인다.길가 벤치에 누워 바라보는 하늘은 옆으로 흐르는 한강을 닮아있고 장강을 대하는 이백의 마음이 이러하랴 저 하늘 호수에 풍덩 빠지고 싶다.이백이 공부를 작파하고 떠돌던 시절 상이산(象耳山)에서 만난 노파에게서 마부작침(磨斧作針)을 깨달았다는데 나는 무엇을 깨달을까?

목포역과 김밥

세상 일이 뜻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제주로 떠나기로 약속한 날, 서울로 가는 중이다. 사실 퇴사 하자마자 제주로 가기로 했다. 그런데 갑자기 몽골 여행을 가게 돼 제주 약속이 미뤄지더니 아들놈 문제로 또 1주일 미뤄지게 됐다.도대체 내가 전생에 무슨 잘못을 했을까? 아내가 김밥을 싸줬는데 하나는 내 것이고 또 하나는 아들 것이다. 자세히 보지 않아도 내용물이 다름을 알 수 있다. 옆에서 아들이 배꼽이 빠져라고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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