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두의 시시콜콜 436

불멍 시리즈

불멍 멍 때리기 좋은 날 보고 있으면 빨려 들어간다 내 모든 집착과 잡념을 모두 태워버리기라도 할 듯 불꽃은 더욱 일렁거리며 화염을 내뿜는다 내 원형만 남기고 모두 타버려라 거추장스럽게 덕지덕지 내 몸과 영혼에 붙어있는 모든 집착과 잡념의 장작들 타버려라 몹쓸 욕망과 허상의 찌꺼기들 하얀 재로 가루로 마침내 대지에 양분이 되는 그날까지 활활 타버려라

포리똥

대학 후문에 승달산에서 흘러내려오던 실개천이 흐르고 있었다. 지금은 복계공사로 사라졌지만 그 실개천에서 떼로 몰려다니던 오리가 생각난다. 실개천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개문만복래라는 자취집이 있었는데 1층 한옥에 다섯 평 남짓 자취방이 30여 개나 다닥다닥 붙어있던 그 집은 지금 기준으로 보면 불법 개축한 건축물이었다. 옆 방에서 무엇을 하는지 보지 않아도 훤히 알 수 있는 구조인데도 젊은 청춘들은 그곳에서 우정도 쌓고 사랑도 하고 못하는 게 없었던 시절이었다. 이맘때 개문만복래를 나서면 실개천 옆에 보리수 나무가 빠알간 열매들을 가득 안고 배고픈 청춘들을 유혹한다. 약간의 단맛에 신맛 한 스푼 떫은맛 두 스푼을 첨가했다고 표현하면 딱 맞을 그 맛을 지금도 못 잊어 보리수나무만 보면 꼭 열매를 따먹는다. ..

강화도 워크숍

지친 몸을 의탁한 강화도 펜션에 꽃이 이쁘게 폈다. 어제는 음주와 수다로 느끼지 못했던 정취를 아침이 돼서야 느낀다. 꽃은 아름답다. 그런데 왜 아름다움에 적응을 못하는가? 팍팍하게 돌아가는 세상이 아름다움을 갉아먹고 있기 때문이리라 회색 도시 회색 시멘트 회색 모니터를 응시하는 눈 기름때 절은 작업복 기름냄새 나는 기계를 응시하는 눈 아슬아슬 아시바를 타며 철근을 응시하는 눈 이들에게는 꽃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삶이 아름다워야 한다

내 유년시절의 기억 - 새콤 달콤한 살구

나는 새콤한 과일을 무척 좋아한다. 아직 담양 고향마을에 살 때 아마도 10살 즈음으로 기억한다. 옆집 담장너머로 살구나무 한그루가 제법 내 신맛을 길들이고 있었다. 그러나 살구나무집 형은 내게 살구를 허락하지 않았으니 오며 가며 몰래몰래 땅에 떨어진 살구를 주워 먹었다. 떫은 감이 유일한 과일이라고 믿던 내게 살구는 신세계를 열어주는 맛이었다. 그 살구를 오늘 퇴근길에 여의도에서 만났다. 운동 겸 돌아가고자 샛강 산책길로 들어서는데 땅에 떨어진 살구를 보고 얼마나 반갑던지 50년 세월의 간극도 잊은 채 떨어진 살구를 주워 모았다. 그리고 한입 베어무는데 땅에 떨어져 생긴 상처는 그대로지만 맛은 그때 그맛이 아니었다. 여의도에서 만난 살구가 내 유년의 신맛을 자극하고 기억을 소환하니 당분간 퇴근길은 이 ..

간절히(연영석 곡, 김관일 노래)

21년 4월 전남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 10대 정책요구안 관철을 위한 전남도청 농성때 관일이형이 부른 '간절히' 가사가 이날 농성에 참여한 분들의 마음을 제대로 대변해준다. 그나저나 관일이형 생목으로도 노래 잘한다. 누구는 뺏고 누구는 잃는가 험난한 삶은 꼭 그래야 하는가 앞서서 산 자와 뒤쳐져 죽은 자 그 모든 눈에는 숨가쁜 눈물이 왜이리 세상은 삭막해 지는가 아 나는 오늘도 간절히 원하지 **간절히 간절히 간절히 간절히 아- 음- 간절히 간절히 간절히 간절히 아 나는 오늘도 간절히 원하지 간절히 간절히 간절히 간절히 아--

더 데이즈(THE DAYS)

넷플릭스에서 개봉해 전 세계 5위를 한 '더 데이즈'라는 일본 8부작 드라마가 한국에서만 오픈하지 않아 말들이 많나 보다. 왜일까? 반일감정 때문? 이유를 알 수없어 이곳저곳을 뒤져봤다.이 드라마가 후쿠시마 핵 발전소 폭발사고를 다룬 내용이라 최근 핵 오염수 방류와 맞물려 오픈만 한다면 한국에서도 대박이 날 텐데 왜? 당사국인 일본에서 만들고 일본에서도 오픈했는데 우리나라만 오픈을 안 하는 이유가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 문제가 이슈가 되는 것을 우려한 한국정부의 외압? 알 수 없다.

세슘 우럭

일본 후쿠시마 인근에서 세슘이 일본 내 기준치의 180배나 초과한 우럭이 잡혔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국내 발행부수 1,2위를 다툰다는 신문들에서는 이러한 기사를 찾아볼 수 없다. 과거 문재인정부시절 이들 신문은 세슘이 3배 초과한 물고기에도 마치 큰일이라도 났다는 듯 호들갑을 떨었는데 몇 년 사이 세슘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연구결과라도 나왔나? 정권이 바뀌니 세슘 기준도 바뀌나 보다 정의당에서 어제 여의도역 인근에서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 반대 정당연설회를 가졌다.

씀바귀

여의도 출근길에 마주한 들꽃 아니 아스팔트 꽃이 시멘트 사이에 보금자리를 틀고 예쁘게 피었다. 씀바귀는 얼추 알겠는데 나팔꽃처럼 생긴 꽃은 알지 못해 찾아보니 페튜니아란다. 그냥 나팔꽃이 더 어울린다. 제 벗들과 함께하지 못하고 여의도까지 온 사연은 모르겠지만 질기고 질긴 너의 생명력 때문에 내 척박한 서울생활이 잠시나마 위안을 받는다. 씀바귀가 시멘트 사이에 자리를 잡은지 꽤 오래됐다. 꽃말은 '순박' '헌신함'이란다. 나팔꽃처럼 생겼는데 이름을 몰라 찾아보니 페튜니아란다. 그런데 꽃말이 '사랑의 방해'다. 그만큼 미모에 자신있다는 이야기겠지^^

무질서인듯 질서있는 거리

베트남 다낭 물론 지금은 아니고 몇 해 전 택시를 타고 목적지로 향하는데 장관이 벌어졌다. 신호가 떨어지자 오토바이 수백 대가 밀려들기 시작했다. 오토바이가 서로 교차하고, 차량과 오토바이가 뒤섞이고 그런데도 무질서 속에 질서가 있는 듯 강물 흐르듯 흘러갔다 신기한 경험이라 얼른 핸드폰을 꺼내 촬영을 시작함 아쉬운 건 이 동영상 이전 신호가 떨어질 때가 더욱 장관이었다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