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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마주한 달

새벽에 일어나 눈을 비비며 방문을 여니 거실에 한 줄기 빛이 서린다. 작은방에 불이 켜졌나 하고 살펴보니 그것도 아니다. 그 빛은 보름 막 지난 달이 보내는 선물이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 모두가 잠든 세상을 요란 떨지 않고 조용히 밝혀주는 달은 취한 행인이 다칠세라 새벽일하는 이가 발을 헛디딜세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장애 아들이 넘어졌는데 혼자 일어나라고 모진 말을 하면서 끝내 손을 내밀지 않았던 어머니, 그러나 그 어머니는 눈이 오면 아들이 넘어질세라 아들 모르게 눈 쌓인 골목길을 쓸었다는 드라마(눈이 부시게)의 내용처럼 저 달도 세상 사람 아무도 모를 어두운 곳을 찾아가는 중이다. 조용히 집을 나서 달을 따라 걷는다. 이렇게 목적없이 걷는 길이 좋다. 신호등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길..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이 열두 번째를 맞는 날이다. 전쟁범죄 그것도 성범죄와 관련해서는 엄벌에 처하는 것이 국제적 통념이다. 인류 역사상 전쟁은 끊임없이 이어져왔고, 지금도 지구 곳곳에서 전쟁은 진행형이다.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온갖 종류의 전쟁범죄들이 전쟁 종료 후 전범이라는 이름으로 심판된다. 물론 전범의 개념이 승자가 패자를 다시한번 단죄하는 성격이 짓지만 그렇더라도 전쟁 과정에서 저질러진 반인륜적 반사회적 범죄를 심판해야 한다는 국제적인 규범은 만들어진 샘이다. 그런데 2차 세계대전의 주범 일본의 경우 어떠했는가? 1946년 4월 29일에 시작된 도쿄전범재판에서는 ‘A급 전범’으로 기소된 28명 중 도조 히데키 등 7명을 교수형에 처하고 나머지는 종신 또는 금고형에 처한다. 그나마 1956..

세상 이야기 2024.08.14

아우성 소나무 고백

아우성 세석평전에서 시작한 한신계곡 25리 길 굽이굽이 내리치는 물줄기는 뭐 그리 할 말이 많아 아우성인가? 피 끓는 이 산을 휘감고 돌다 보면 물방울 하나하나 전할말도 많겠지...소나무 저 어린 소나무는 들었을까 매일매일 물방울이 전하는 그 소리를 전사들의 못다 한 이야기를 엄마 아빠 아니 할아버지 할머니가 꿈꿨을 세상 이야기를고백 나는 당신들이 참 좋다. 나의 동지이며 벗이고 스승이며 후배인 당신들이 참 좋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고백에 가슴이 데워지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