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일어나 눈을 비비며 방문을 여니 거실에 한 줄기 빛이 서린다. 작은방에 불이 켜졌나 하고 살펴보니 그것도 아니다. 그 빛은 보름 막 지난 달이 보내는 선물이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 모두가 잠든 세상을 요란 떨지 않고 조용히 밝혀주는 달은 취한 행인이 다칠세라 새벽일하는 이가 발을 헛디딜세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장애 아들이 넘어졌는데 혼자 일어나라고 모진 말을 하면서 끝내 손을 내밀지 않았던 어머니, 그러나 그 어머니는 눈이 오면 아들이 넘어질세라 아들 모르게 눈 쌓인 골목길을 쓸었다는 드라마(눈이 부시게)의 내용처럼 저 달도 세상 사람 아무도 모를 어두운 곳을 찾아가는 중이다. 조용히 집을 나서 달을 따라 걷는다. 이렇게 목적없이 걷는 길이 좋다. 신호등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