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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무동 한신계곡

새벽녘 지리산 자락길을 따라 백무동까지 호젓한 계곡길을 물소리, 새소리를 벗 삼아 걸었다. 화차를 삶아 먹은 듯 거침없이 소리를 내다가도 졸졸졸 마치 아기의 숨소리를 흉내 내는듯한 소리가 계곡의 생김처럼 변화무쌍하다.백무동, 무당이 많아 백무동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데 그만큼 영발이 좋은 것일까? 누군가 심산유곡에서 간절히 치성을 드리고 간 모양이다. 위치한 곳도 모양도 재각각인 돌탑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지리산을 완주한 경험이 딱 두 번 있었다. 대학시절 한 번은 동아리 선배들과 또 한 번은 후배들과 야간행군도 해가면서 빨치산 이야기를 밤새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30여년 동안 지금처럼 지리산 자락을 배회할 뿐 언젠가는 꼭 완주하리라는 해묵은 목표는 여지껏 엄두도 못내고 있다. 시대와 ..

오늘같이 소나기가 내리는 날에는......

길을 걷다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에 흠뻑 젖었다. 구름이 수상해 비가 크게 오겠구나 생각했는데 내 생각보다 빨리 쏟아지기 시작했다. 처음 비를 맞을 때는 어떻게든 이 비를 피해보려고 했으나 비가 옷을 적시고 온몸을 휘감아 돌기 시작하자 이내 포기하고 그냥 비를 받아들였다. 사진 속 거리의 끝에서 집까지 오늘길이 100미터쯤 될까말까 한 거리인데도 이렇게 복잡 미묘한 상황과 생각이 겹치면서 달리기를 포기하고 천둥소리를 벗 삼아 조용히 걸었다. 유년의 기억 속 소나기는 행복한 추억이었다. 친구들과 정신없이 놀다 소나기가 내리면 그때도 지금처럼 이리저리 비를 피해 다니다 결국 옷이 젖기 시작하면 흡사 미친놈들처럼 빗길을 뛰어도 다니고 웅덩이에 고인 흙탕물을 첨벙첨벙 튀기며 온 동네를 돌아다녔다. 나랑 함께 했..

우리집 이야기 2024.08.05

정의당의 와신상담

텅 빈 새 사무실에 집기들이 들어오면서 자리를 잡기 시작한다. 반대로 이전 사무실은 텅 비었다. 나는 것이 있으면 드는 것도 있는 법, 세상사 다 이렇게 비우고 채우면서 균형을 맞춰가는 법이다. 이전 사무실에서 8년 동안 총선 두 번, 지선 두 번을 치렀다. 나도 시장 후보로 신세를 많이 졌다. 이제 새 사무실 신세를 져야 한다. 중앙당도 그렇고 도당도 새 사무실에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정의당으로서는 한 번도 경험하지 않아 아직은 어설프고 어색하지만 그래도 극복해야 한다. 다시 시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다시 현장에 뿌리 내리고, 다시 전선의 선두에 서야 한다. 정의당의 새로운 시대가 절치부심으로 끝나지 않고 와신상담하기를...

목포 이야기 2024.08.04

오늘 내 일용할 양식을 허락한 자연에게 경의를 표한다

콩 심은 데 콩나고 팥 심은 데 팥난다 그런데 수박은 심지도 않았는데 어디에서 날아와 이렇게 주렁주렁 열려있을까? 아마도 텃밭 오두막에서 누군가가 때 이른 수박을 먹고 수박씨 멀리 뱉기 게임을 했던 것이 생명을 얻어 이런 기적을 연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장마와 폭염으로 인해 상추는 다 녹아내려 수확이 확 줄었다. 대신 그 자리를 깻잎과 고추, 오이, 가지가 차지했다. 특히 오이와 가지는 하루가 다르게 커 지난주에 왔을 때 손가락만 한 놈들이 한 자나 컸다. 오늘도 텃밭에서 자연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사랑을 느낀다. 그러나 자연도 인간에게 사랑만 주는 것이 아니다. 그 누구도 자연만큼 인과응보에 철저하지 않다. 받은 만큼 돌려주는 자연의 속성상 인간은 이제 자연의 보복을 가장 두려워해야 하는 처지에 놓..

팽팽문화제를 다녀와서...

팽팽문화제를 다녀와서... 팽나무는 보았다. 바다를 간척해 육지가 되고, 그 땅 위에 일장기를 든 군인이 주둔하고, 그 군인들이 바다의 주인인 어부들을 쫓아내던 모습을 팽나무는 보았다. 일장기가 성조기로 바뀌고, 그 땅 위에 성조기를 든 군인들이 또 주둔하고, 그 군인들이 땅의 주인인 농민들을 몰아내던 모습을 팽나무는 보았다. 평화롭던 하제마을이 미군기지 탄약고가 확장되면서 마을이 해체되고 폐가와 폐선 그리고 600년 된 자신만 남아있는 모습을 팽나무는 보았다. 천년 하제마을이 일본군에, 미군에 무참히 해체되는 동안 미동도 하지않던 사람들이 하나둘 하나둘 마을로 모여드는 모습을 팽나무는 보았다. 멀리서 어부들과 농민들이 돌아오고, 그 뒤를 노동자들과 학생들 그리고 시민들이 뒤따르며 철조망을 걷어내는 모습..

세상 이야기 2024.07.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