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녘 지리산 자락길을 따라 백무동까지 호젓한 계곡길을 물소리, 새소리를 벗 삼아 걸었다. 화차를 삶아 먹은 듯 거침없이 소리를 내다가도 졸졸졸 마치 아기의 숨소리를 흉내 내는듯한 소리가 계곡의 생김처럼 변화무쌍하다.백무동, 무당이 많아 백무동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데 그만큼 영발이 좋은 것일까? 누군가 심산유곡에서 간절히 치성을 드리고 간 모양이다. 위치한 곳도 모양도 재각각인 돌탑들을 곳곳에서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지리산을 완주한 경험이 딱 두 번 있었다. 대학시절 한 번은 동아리 선배들과 또 한 번은 후배들과 야간행군도 해가면서 빨치산 이야기를 밤새 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30여년 동안 지금처럼 지리산 자락을 배회할 뿐 언젠가는 꼭 완주하리라는 해묵은 목표는 여지껏 엄두도 못내고 있다. 시대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