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이야기 108

또 몽골 여행 5

테를지의 아침은 상쾌하다. 몽골은 울란바토르를 제외하고 대체로 청명한 하늘을 볼 수 있다. 한반도의 7배나 되는 큰 면적에 인구는 겨우 350만명이고 국토의 80%가 초원, 10%가 산림, 1%가 경작지라고 하니 오염요소가 될만한 것이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 생각은 초원을 지날때의 생각이고 울란바토르에 들어서면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광주보다 작은 470.4㎢의 면적에 몽골 인구 절반인 165만명이 살고 있고 인구 증가 속도가 굉장히 빨라(2020년 130만명) 도시운영체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교통체증은 말할 것도 없고 공기질 역시 매우 좋지 않았다. 지난번에 왔은 때는 시당국이 공급하는 온수가 보름이나 나오지 않기도 했다. 몽골 제2도시인 에르데네트의 인..

또 몽골 여행 4

사막의 아침은 일찍 시작된다. 밤새 은하수의 별을 헤다 깜빡 잠이 들었는데 눈을 뜨니 5시다. 게르를 나와 하늘을 보니 어젯밤 그 많던 별들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매가 차지하고 있었다. 멀리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한다. 나 혼자만 보기 아까워 일행을 깨워 대동하고 일출을 보기 위한 명당을 찾아 나선다. 지평선에서 떠오르는 일출은 처음이다. 그동안 먼 바다 수평선이나 산등성이를 타고 오르는 일출은 경험했지만 지평선 일출은 색다른 경험이라 일행들 모두 감탄해 마지않는다. 이 넓은 초원 고요한 아침 지평선 너머 떠오른 태양이 작은 목소리로 나를 깨운다 해넘이 때 보여준 이별의 낙조는 일출의 찬가를 듣기 위함일 뿐 결코 사라짐이 아니었다 지평선의 일출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테를지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또 몽골 여행 3

결국 탈이 나고 말았다. 아침은 그럭저럭 넘어갔는데 차를 타기 시작하면서 어제 과음의 효과가 바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숙취에 멀미까지 겹치면서 입맛을 잃어버렸다. 여행은 멋있는 것을 보고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함인데 양고기 냄새만 맡아도 헛구역질이 날 정도로 괴로운 하루를 보냈다. 그래도 여행은 즐겁게... 하려고 애썼다. 쳉헤르에서 아침 일찍 온천으로 숙취를 풀고(나는 못 풀었다) 또 다섯 시간의 장거리 이동 후 미니사막에 도착했다. 중간에 점심은 현지식당에서 해결했는데 모조리 양고기 요리뿐이었다. 일행 중 또 한 명의 증상은 나보다 더 심해 네 명 중 두 명만이 식당에 들어가고 그와 나는 양고기 냄새를 피해 식당조차 들어가지 못하는 비극(?)이 벌어졌다. 대신 식당 안 두 사람이 4인분을 해결하느라 행..

또 몽골 여행 2

비몽사몽간에 스타렉스를 타고 8시간을 달렸다. 어제저녁 과음한 탓에 한 시간 늦게 출발한 죄(?)로 가이드가 시키는 데로 마트와 화장실 그리고 점심때 잠시 들른 현지 식당을 제외하고 차 밖으로 벗어나지 못했다. 종착점인 쳉헤르 온천 두트리조트까지 쉬지 않고 달려온 덕에 다행히 해 떨어지기 전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해 짐을 풀자마자 저녁 먹고 곧바로 온천장으로 향했다. 이날 저녁때 먹은 양고기가 이번 몽골 여행 중 먹은 마지막 양고기일 줄은 그때까지는 새까맣게 몰랐다. 온천수는 별 특이점은 없었다. 그러나 온천장 주변에 펼쳐진 관경은 환상이었다. 하늘에서는 매가 날고, 땅에서는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침엽수림 사이사이로 야크와 양, 염소, 말이 사이좋게 풀을 뜯고 있는 모습은 한 폭의 풍경화였다. 이 좋..

또 몽골 여행 1

한 달 사이에 또 몽골로 떠난다. 지난번 몽골 여행은 땡처리된 비행기표(왕복 99,000원)를 발견하고 갑자기 출발했다면 이번 여행은 동네 바보 형제들과 오래전 계획을 실행에 옮긴 것이다. 무안공항 6월 29일 21시 30분 출발, 7월 4일 05시 50 도착이다. 중년의 남자 넷이서 출발하지만, 청년들보다 더 재미있게 놀고 올 자신이 있다고 호언장담을 했으나 결과가 어떨지... 일단 잎세주 4홉드리 30병을 준비했으니 술 병이 안 나면 다행이다. 저번 여행은 울란바토르와 테를지 두 곳만 다녔는데 이번에는 그 외에 쳉헤르 온천과 미니사막이 추가됐다. 무안공항 21시 30분 출발, 울란바토르 칭기즈칸공항 0시 30분(몽골은 우리보다 한 시간 늦다) 도착 후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숙소에 도착했다. 우리가 하룻..

최대한 거만한 자세로 걸으세요

밤이 깊어가는데도 후텁지근한 날씨는 변함이 없다. 아이들은 기숙사로 떠나고 적막해진 집을 벗어나 아내와 함께 밤마실을 나선다. 딱히 약속이 없는 밤이라 발이 이끄는 대로 걷기를 시작한다. "최대한 거만한 자세로 걸으세요" 인천의 남송한의원 원장님 말씀대로 허리를 꼿꼿이 세운 자세로 산정농공단지와 노을공원 그리고 북항선착장까지 왕복 만보를 걸었다. 목포를 떠나 있었던 2년여 동안 산정농공단지에는 황톳길이 생기고 노을공원에는 스크린 로드(정확한 명칭은 알 수 없음, 두 번째 사진처럼 땅바닥에 영상 쏘는 장치, 사람들의 움직임에 반응함)가 설치됐다. 북항 선착장 맨 끝 풍차에서 바라다보이는 목포대교의 야경도 볼만하다. 집 주변에 이런 산책공간이 있는 것도 큰 행운이다.

꽃무릇

양을산에 꽃무릇이 한껏 자태를 뽐냅니다. 그 옆 길을 친구 따라쟁이가 맨발로 도전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양을산에는 맨발 등산길이 있어 무사히(?) 마쳤습니다. 맨발 등산 힘들 줄 알았는데 아주 좋습니다. 그리고 지금 피는 꽃은 상사화가 아니고 꽃무릇입니다. 상사화는 7~8월에 피는 연분홍색 꽃이고 꽃무릇은 9월에 피는 정열의 붉은색 꽃이랍니다. 그러니 양을산과 영광 불갑사에 흐드러지게 피는 꽃은 꽃무릇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