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이야기 94

벳푸로 떠나다-1

어머님 모시고 떠난 벳부 온천여행을 우여곡절 끝에 다녀왔다. 처음에는 형님, 동생들 포함해 가려고 했다가 동생들 사정이 여의치 않아 형님만 가는 것으로 하고 티켓팅 완료, 그러나 형님도 못 가신다고 해 배보다 배꼽이 더 크게 환불을 하고 갈까말까 망설였다. 그러나 어머님 연세가 연세인지라 이번에 못 가면 이제 다시는 기회가 없을 수도 있을 것 같아 그냥 출발하기로 했다. 출발인원은 어머니, 아내, 나 단촐한 3인으로 여행의 테마는 어머니 건강을 생각해서 이곳저곳 구경하지 않고 편하게 쉬면서 온천을 즐기자로 정했다.무안국제공항에서 6시에 출발하는 비행기인데 우리가 너무 늦게 도착했다. 광주에서 어머니 모시고 내려오는데 광주를 갓 벗어났는데 어머니께서 틀니를 집에 두고 오셔서 다시 광주로 유턴했다 오는 바람..

우리집 이야기 2024.04.30

여승준 홍일중 기숙사 입소

응석받이 막둥이가 헤어지기 싫었을까? 생전 보이지 않던 눈물을 보였다. 그러겠지 이제 겨우 13살인데 엄마랑 떨어져 기숙사 생활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두렵고 힘든 일이겠어... 그런데 엄마는 좋겠다. 아들 셋 직장이다 기숙사다 해서 다 보내고 남편도 서울로... 집이 갑자기 커 보이겠다. 막둥이 기숙사 보내는 기념으로 둘째(도 기숙사 생이다)랑 같이 초밥집에 왔다. 이 많은 접시중에 엄마, 아빠는 단언컨대 다섯 접시밖에 안 먹었다. 오늘처럼 서울행 KTX가 이렇게 느린 적이 없었다.

우리집 이야기 2024.03.03

담양군 무정면 정석리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대나와의 전쟁이 시작된다. 담양 어딘들 대나무 없는 곳이 있으랴마는 하필 선친을 대나부밭 근처에 모셔서 대나무와의 전쟁을 해년마다 벌이는 것이다. 그러다 7~8년 전 진달래와 개나리를 비탈진 경사면에 심으면서 그 전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문제는 개나리와 진달래꽃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대나무와 기타 잡목들을 베기 위해 3월초에 들렀다. 추석 성묘 때나 다시 오는 입장에서 개나리, 진달래 꽃은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다. 오늘도 고장 난 예초기 때문에 1시간짜리 일을 3시간에 걸쳐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이런 내가 애처로왔는지 개나리 꽃망울 두개가 수줍게 나를 배웅한다.

우리집 이야기 2024.03.03

발렌타인데이 초콜릿

'싸랑해요! 밀키스'가 생각난다. '함께해요! 녹색정의당' 그리고 그 아래 허쉬초콜릿 실로 오랜만에 받아보는 초콜릿이다. 어제 출근 전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사연 남편이 아내에게 "발렌타인데인데 초콜릿 안 줘"라고 했는데 아내 왈 "초콜릿은 좋아하는 사람에게 주는 거야" 하면서 안 줬다고 서운해하는 사연을 들었는데 나는 멀리 목포에서 초콜릿이 공수 돼왔다. 아직은 안심해도 될 것 같다.

우리집 이야기 2024.02.15

맨유 직관하러 올드트래포드로 떠나다

맨유 광팬인 막내가 드디어 직관을 위해 올드트래포드로 떠났다. 레드데빌의 경기 때마다 날을 세기 일쑤인 녀석이 초딩 졸업 기념으로 버킷리스트 하나를 해치우겠다는데 부모로서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대신 다녀와서는 야간에 맨유 경기 보는 것 금지, 공부 소홀히 않기 등을 다짐받았지만 왠지 공염불일 것 같은 불길함이 엄습한다. 안내자로 따라가는 아내의 고생이 눈에 선하다. 아니 남아있는 내 고생이 더 클 것 같다. 승준아! 74,000 광팬들 앞에서 주눅 들지 말고 손흥민이 빠진 토트넘을 박살내고 오니라.

우리집 이야기 2024.01.11

졸업

첫째와 막둥이 졸업식, 막둥이 졸업을 끝으로 연산초등학교와의 12년 인연도 막을 내린다. 첫째가 연산초 입학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막둥이 졸업이라니... 세월 참 빠르다. 그때는 저나 나나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많은 시간이 쌓이면서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아직 학부모라는 딱지를 떼기에는 많은 시간이 남았다. 내 나이 60이 넘어야 뗄 수 있으니 아이들을 이해하는데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의 학교가 멀어 졸업식장에 가지 못했더니 쓸만한 사진이 없다. 첫째와 막둥이 졸업 축하한다. 그리고 기숙사 고2도 좀 더 고생하자!

우리집 이야기 2024.01.06

아들과 탕후루 그리고 취준생

아들이 오랜만에 아비를 만나러 왔다. 서울로 거처를 옮긴 후 두 번째다. 첫 번째 왔을 때는 가을비를 흠뻑 맞혀 보낸 기억밖에 없는데 이번에는 갑자기 몸살감기가 쎄게 찾아와 병원에만 머물다 갔다. 남들은 수시다 뭐다해서 빠쁜시기에 취업준비를 하는 아들이 안쓰럽다. 넌지시 물어본다. “괜찮아?” “응!” 짧게 대답했지만 괜찮을리가 있겠는가 그 짧은 대답을 듣고 있자니 눈물이 핑 돈다. 아들의 선택이었지만 부모가 더 바지런을 떨어 선택한 학교였다. 그 선택에 후회가 없다는 아들이 대견스럽기도 하지만, 미안한 마음에 아들 얼굴을 잠시 외면한다. 떠나는 아들의 뒷모습이 왠지 나를 닮아 더욱 슬퍼 보인다. 나는 어떤 아비로 기억될까? 자신이 없다. 1박 2일간 아들의 가장 밝은 모습이 탕후루를 먹을 때였다. 아직..

우리집 이야기 2023.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