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이야기

有朋이 自遠方來면 不亦樂乎아.

여인두 2025. 2. 17.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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有朋이 自遠方來면 不亦樂乎아
서울에서 생활할 때 가끔 술친구가 돼주었던 벗이 나를 보겠다고 내려왔다.
항상 고민이다. 목포는 맛집이라 어디를 가든 객은 만족하겠지만 내가 불안하다. 과연 만족할까? 호남에서도 특히 목포 사람들은 맛에 민감하다. 다는 아니겠지만 내가 경험한 사람들은 그렇다. 경상도 어디를 갔는데 어쩌니, 강원도를 갔는데 저쩌니, 또 제주도는 그렇네, 충청도는 저렇네 등등 모두가 맛의 감별사들이다. 그 감별의 끝은 항상 목포만한 곳이 없다로 끝난다. 사실 나는 맛을 모르는 사람이라 목포사람들의 유별난 맛 자랑에 대해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영향을 받아 은근히 신경이 쓰이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특히 오늘과 같이 멀리서 벗이 찾아올 때는 더욱 그렇다.
그래서 오늘의 메뉴는 생각굴과 굴ㆍ가리비 찜으로 선택했다. 비싸지 않은 가격(둘 합쳐 5만 원)에 가성비도 괜찮다 싶었다. 물론 벗의 만족 여부와는 무관하게 내 재량으로 선택했다.
다행히 오늘은 먹거리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사는 이야기가 주를 이뤄 윤석열 파면과 조기대선 이야기로 한참을 떠들었다. 내가 만나는 범주의 사람들은 거의 같은 생각이다 보니 특별히 다른 이견이 없이 잘해보자는 이야기로 끝을 맺었다. 역시 인간사 유유상종이 최고다.

가끔 맛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나는 화식 예찬론을 설파했다. 인간이 지구의 지배종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불을 다루기 시작하면서부터이고 그 불로 무엇인가를 익혀먹으면서 위생환경이 획기적으로 개선돼 인간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그런데도 아직 원시의 입맛을 떼지 못하고 이것저것 생식을 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다는 나만의 주장에 벗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나는 안다.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는 사실을...
어찌 됐든 내 주장의 어색함을 술로 이겨내면서 우리는 함께 밤을 지새웠다.

혹시 내 짧은 서울 생활의 벗들이 이 글을 보시거든 주저하지 말고 방래하시라. 비록 내 주의주장에 귀는 괴로울지라도 입은 즐거울 지니...

다시한번 有朋이 自遠方來면 不亦樂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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