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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지역 실현은 가능한가?
여인두(정의당 목포지역위원장)
하상복 교수님의 “지역의 지속가능성은 현실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미래적 당위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라는 말씀을 받아서 토론을 진행하겠습니다.
지역 소멸이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지역 소멸등에 대한 문제는 최선국 도의원께서 다루시기에 대표적인 현상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지역 소멸의 대표적인 지표로 출생률 이야기를 합니다. 지금 우리나라 출생률이 0.72명입니다. 몇 해 전 출생률이 1.0명이 무너졌을 때 모방송 토론 프로에 참여해 이런 이야기를 한 기억이 있습니다. 출산장려금 좀 더 준다고 출생률이 높아지지 않습니다. 아이는 부모 혼자 키우는 것이 아닙니다. 사회가 키우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아이를 키울 준비가 되어있지 않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문제는 단순히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들어가는 비용의 문제가 아닙니다. 아이 주변을 형성하고 있는 사회 전반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해야 합니다. 그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할 때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의 행복지수도 높아질 것입니다. 그런데 어제 권김현영 선생의 강연에서 같은 이야기가 나와서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는 이미 7~8년 전에 다 나온 이야기입니다. 행복지수를 높이는 것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것입니다. 보편적 가치가 무엇입니까? 오늘 토론의 주제에 맞춰 설명하면 보편적 가치라는 것은 어느 한쪽이 독점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정치, 경제, 문화, 사회 모든 분야에서 수도권 집중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 때 개선을 하려고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그 이후 정부들에서는 시늉만 하고 있습니다. 앞서 하상복 교수님 발제에서 [1600년대, 프랑스의 여러 소설에서 지방은 “패배, 무기력, 동면, 죽음, 생매장, 황무지, 은신처, 사투리, 시골, 후진성”과 같은 장소로 묘사]됐다고 했는데 1600년대 프랑스의 지방과 지금 우리나라의 지방의 모습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지역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12.3 내란으로 인해 87체제가 흔들리고 았습니다. 당연한 것입니다. 87년 6공화국 헌법은 국부독제를 극복하고 빠르게 민주주의 체제를 정착시키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특히 정치민주주의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경제민주주의라든가 노동권보장이라든가 지역 문제등에 대해서는 깊게 다루지 못하고 권위주의 시대의 중앙집권적인 체제를 최대한 이용해 정치민주주의 과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했습니다.
다른 문제들은 다음 세미나에서 거론이 될 것이기에, 저는 지역자치와 지역분권의 문제에 집중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권력구조개편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현 제도인 재왕적 대통령제를 권력분산형 대통령제나 의원내각제 또는 이원집정부제로 바꿔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다 동의합니다. 그러나 지역분권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권력구조 개편은 결국 한 명이 독점하던 권력을 두세 명 또는 여러명의 집정관들로 분산시키겠다는 것으로 여전히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권력을 중앙이 독점하겠다는 것에 불과합니다. 정치·경제·사회·문화의 모든 권력을 서울이 독점하면서 그 정점에 한 명이 있든 여러명이 있든 지역에 관점에서 봤을 때 별 의미가 없습니다. 그것이 권력분산형 대통령제이든 의원내각제든 이원집정부제든 어떤 권력구조로 개편되더라도 그들은 수도권의 기득권을 지킬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비록 국토비율의 11.8%밖에 차지하지 않지만 인구수의 50% 이상이 몰려있는 수도권의 요구를 방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헌법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화된 국가’라고 명토박아둬야 합니다.
지방분권화된 국가는 어떤 국가인가?
올해가 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된 지 30년이 되는 해입니다. 흔히들 우리나라 지방자치를 위임자치 또는 8대 2 자치라고 합니다. 지방자치는 실시됐지만 80%의 권한은 여전히 중앙정부가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재정자립도와 무관하게 지방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은 20%에 불과합니다. 사실상 인사권을 제외하고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그 인사권조차도 중앙정부의 기준인건비에 묶여 제한적으로 사용됩니다. 예산도 마찬가지입니다. 목포시 2025년 예산이 약 1조 1천억 원입니다. 이 중 지방세(1178억) 및 세외수입(911억) 포함 자주재원이 약 5,000억 원이고 국고보조금 포함 지방교부금이 약 6,000억 원입니다. 5,000여 억 원의 자주재원 중 꼬리표가 달려 내려오는 국가보조금(각종 사회복지비용)과 교부금에 대한 매칭비용과 기관운영비 그리고 인건비등을 제외하면 목포시가 재량으로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은 겨우 300억 원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 예산으로 목포시의 장기적인 발전 계획을 수립하기에는 불가능합니다. 지역이 그 지역의 특색에 맡는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데 지금의 지방자치제도로는 국가의 사무를 위임하는 사무 외에 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지방분권이 실현될까요? 지방분권의 핵심은 사무 재배분과 재정 분권입니다. 사무 재배분에 있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하게 분담해야 합니다. 단체위임사무는 자치사무로 전환해야 합니다. 지방자치 30년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충분히 국가의 단체위임사무를 잘 수행하고 있습니다. 단체위임사무와 관련한 조례제정권도 법에 규정된 범위 내에서만 하게 되어있는데 이것 역시 재량권으로 풀어줘야 합니다. 지역 특성에 맞는 조례를 제정하려 해도 상위법에 가로막혀 번번이 제동이 걸려서는 안 됩니다. 또한 기관위임사무는 일부는 자치 사무로 전환하고 나머지는 중앙 정부의 사무로 환원하거나 폐지해야 한다. 그밖에 교육자치제도의 개선과 허울뿐인 자치경찰위원회를 실질적인 자치경찰제도로 바꾸는 등 행정 전반에 대한 재배치가 중요한 분권 과제입니다.
다음으로 재정 분권입니다. 재정 분권 없는 지방자치는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입니다. 그런 점에서 중앙정부의 보조금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앙정부의 보조금은 꼬리표가 달려 내려옵니다. 다시 말해 중앙정부가 사용 용도까지 정하여 교부하는 보조금이므로 지방정부는 단순 '집행 주체'의 역할만 함으로써 중앙정부에 대한 의존도만 높이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국고보조금은 수치상으로 지방정부의 재정 규모를 늘릴 뿐, 지방 정부의 재정분권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보조금에 꼬리표를 다는 방식인 개별 보조금이 아닌 포괄 보조금으로 바꿔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재정 비중을 키워야 합니다. 물론 지방 재정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세와 지방세의 세원 배분 비율을 조정하는 것은 필수입니다. <한국지방세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지방세 비중은 독일이 54.3%, 미국이 41.6%, 일본이 37.5%인 반면 한국은 23%에 불과해 세입분권이 일본의 60%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현재의 ‘80:20’에서 ‘60:40’으로 더 나아가 ‘50:50’으로 바꾸는 정도의 획기적인 재정 분권이 추진되어야 합니다.
지방분권으로 가져올 효과는 무엇인가?
첫째, 수도권 집중 완화입니다. 한국은행은 2024년 3월 '생산·소득·소비 측면에서 본 지역경제 현황' 보고서에서 경제성장률에 대한 수도권의 기여도가 2015년 기준 51.6%에서 2024년 70.1%라고 밝혔습니다. 그만큼 수도권 집중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개헌을 통해 지방분권을 명확히 함으로써 지역별 성장 모델을 구축해 지역 소멸을 막고 국가 균형 발전을 이룰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둘째, 지역경제활성화 및 부의 재배분 효과입니다. 지방정부가 세금 징수 및 사용 권한을 부여해 지역 특성에 맞는 경제·사회·복지 정책을 실행한다면 지금과 같은 일률적인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수도권으로 몰렸던 경제력이 분산되면서 자연스럽게 부의 재배분 효과도 실현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전력문제와 관련해 전력생산을 지역에서 전담하면서 각종 환경 리스크는 지역이 다 떠안고 있는 반면 그 혜택 즉 전력 소비는 주도권에 집중돼있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만들어진 수도 있습니다.
셋째, 주민자치의 강화입니다. 교육자치 개선과 자치경찰제도의 도입등으로 교육과 치안까지 지방정부가 직접 운영한다면 지역 주민들의 정책 결정에 대한 참여 기회 역시 획기적으로 늘어날 것입니다. 지역 주민들의 참여자치가 늘어난다는 것은 지역 특색에 맞는 맞춤형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한다는 의미로 주민자치에 혁명적 에너지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