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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두의 시시콜콜 418

서우봉의 일출

서우봉 위로 막 솟아오르는 해는 아름답다. 그리나 이 사진을 보는 지금은 그 감정이 사라졌다. 하늘 위로 비행기가 남겨놓은 흔적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한때는 저 흔적마저 아름답다고 느낀 적이 있었다. 비행기가 하늘에 구름을 뿌리고 다니니 멋지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지금은 저 거미줄을 보면 전혀 아릅답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제주 공항만 5분에 한대꼴로 이착륙을 한다는데 얼마나 많은 Co2 오염의 덩어리들이 거미줄을 쳐놓았겠는가? 정의당 정책 중 제주도를 제외한 모든 국내선 비행노선의 폐쇄가 기후위기 시대 결코 황당한 정책은 아닐것이다. 아침에 읽은 한 구절 '봄꽃이 어찌 오래가겠는가, 바람과 서리에 흔들려 꽃잎 질때 나 홀로 꽃피움을 그대는 모르는가.' 정의당의 꽃피움도 다른 계절일것이다.

꽃이 피는 계절은 모두 다르다

벗들과 함께한 제주도 푸른밤은 환상적이었다. 그 환상의 밤을 뒤로하고 동트는 새벽에 다시 떠난다. 벗들은 한 달 살기를 작정하고 제주도에 왔다는데 뭍에 있을 때보다 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하기사 나 같은 사람도 찾아오는데 오죽하겠는가 부디 한 달이 노동이 아닌 힐링이 되길 희망한다. 어제 걸으면서 읽었던 구절을 벗들에게 남기고 집을 나선다. '나는 왜 꽃이 피지 않지?라고 할 필요 없다. 그대라는 꽃이 피는 계절은 모두 다르다'

올레길 18코스 '민족 자존의 고향 조천읍'

올레길 18코스의 끝은 '민족 자존의 고장 조천읍' 만세동산이다. 이 길을 오는데 폐허가된 옛집이 자꾸 눈에 들어왔다. 아이들이 웃고 울고 떠드는 소리, 아침 일찍 물질을 하기 위해 분주하게 서두르는 엄마의 다정한 잔소리, 술 한 잔 거나하게 걸치고 들어오는 아빠의 흥얼거림 등 온갖 소리들이 들리는 듯하다. 그러나 지금은 영화도 없고 영욕도 사라진 외면받은 집. 만세동산에 우뚝 선 탑과 어울리지 않는 생각이다. 그러나 한 치 앞의 미래를 내어볼 수 없듯 이분들이 지키고자 했던 민족의 자존을 버린다면 우리에게 돌아갈 집이 있겠는가? 윤석열이 이끄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그래서 '3년도 길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그나저나 다시 시작이다. 19코스 그 험한 길 위에 내 몸을 맡긴다. 가자 벗들이 기다..

산수(山水)에는 득실이 없다. 득실은 사람 마음에 있다.

산길과 들길 그리고 해안길의 안내를 따라 걷다 보면 산봉우리였다가 채소 가득 한밭이었다가 마침내 수평선이 어우러진 바닷가 언저리에 와닿는다. 오랜만에 걷는 길이라 온몸이 어색한 듯 삐걱거린다. 하루 2만보가 목표였는데 절반 겨우 넘었을뿐인데 벌써 목표를 초과해 버렸다. 걸으면서 읽었던 한 구절 '산수(山水)에는 득실이 없다. 득실은 사람 마음에 있다.'

서라봉 정상에서

저녁 늦게 도착해 혜오스님과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이야기를 나누다 그만 늦잠을 자버렸다. 아침 8시 30분 원명선원을 출발해 지금은 서라봉 정상, 곧 올레길 18코스에 들어설 예정이다. 출발하기 전 스님께 걸으면서 읽을 책을 추천해 주시라고 했더니 현진 스님의 [수행자와 정원]을 주신다. 한 시간 걷고 한 시간 읽기의 수행 시작이다.

남송한의원

한때는 마라톤 하프를 1시간 40분대에 주파하고 풀 코스 도전을 꿈꾸던 때도 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허리가 말썽을 부려 그 꿈을 포기했다. 사무실에서 집까지 20여분 거리를 걷는데 처음에는 한 번을 쉬다가 두 번을 쉬어야 할 상황까지 몰리자 찾아간 곳, 50번 정도 치료받으면 나을 수 있다고 했는데 30번도 안 돼서 갈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그래도 지금은 가끔 신호가 오긴하오지만 한 시간 이상도 쉬지 않고 거뜬히 걸을 수 있다. 서울에서 인천까지 왕복하는 두 달 동안 정이 많이 들어버렸다.

선유도 이야기

서울생활하면서 업무외적으로 가고 싶은 곳이 몇 곳 있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한 곳도 가지 못했다. 그중 한 곳이 선유도공원이다. 여의도에서 걸어서 40여분 거리인데도 그동안 발걸음을 옮기지 못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신선이 머물렀다는 곳, 조선시대 외국의 사신들이 꼭 들르고 싶어 했다는 곳, 그러나 도시의 팽창과 산업화로 신선들은 쫓겨나고, 온몸이 찢겨 여의도 비행장을 메우고, 그것도 모자라 서울시민들의 식수원 노릇을 했던 곳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인간들이 과거의 잘못을 감추기 위해 화려하게 치장하지 않고 폐허위에서 다시 시작했다는 것이다. 신화가 사라진 시대에 선유도를 찾는 모든 이들이 신선이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방앗간을 들렀는데 방앗간 문이 닫혀있다.

산들산들 나뭇잎은 춤을 추고

30도를 넘나드는 초여름 무더위에도 산들산들 나뭇잎은 춤을 추고 그 사이로 순해진 햇살이 반짝인다.길가 벤치에 누워 바라보는 하늘은 옆으로 흐르는 한강을 닮아있고 장강을 대하는 이백의 마음이 이러하랴 저 하늘 호수에 풍덩 빠지고 싶다.이백이 공부를 작파하고 떠돌던 시절 상이산(象耳山)에서 만난 노파에게서 마부작침(磨斧作針)을 깨달았다는데 나는 무엇을 깨달을까?

목포역과 김밥

세상 일이 뜻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제주로 떠나기로 약속한 날, 서울로 가는 중이다. 사실 퇴사 하자마자 제주로 가기로 했다. 그런데 갑자기 몽골 여행을 가게 돼 제주 약속이 미뤄지더니 아들놈 문제로 또 1주일 미뤄지게 됐다.도대체 내가 전생에 무슨 잘못을 했을까? 아내가 김밥을 싸줬는데 하나는 내 것이고 또 하나는 아들 것이다. 자세히 보지 않아도 내용물이 다름을 알 수 있다. 옆에서 아들이 배꼽이 빠져라고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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