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두의 시시콜콜 467

기나긴 하루

기나긴 하루였다.간밤에 전해진 비상계엄 소식에 밤을 꼬박 세고 아침부터 시민단체들과 대책회의와 기자회견 그리고 촛불까지 하루가 24시간이어서 다행이었지 그 이상도 부족할뻔했다.실패한 쿠데타의 이유야 차차로 밝혀지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주도세력은 여전히 건재하다. 반란세력에 대한 단죄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들의 반격에 당할 수 있다.이미 여당은 반란세력의 탄핵을 당론으로 반대했다.오늘 하루도 길어질 예정이다.

글래디에이터 2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의 날, 정부가 강제(?)로 정해준 문화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영화관을 찾았다.글래디에이터 2, 24년 전 러셀 크로우에 푹 빠졌던 기억을 더듬으며 그때 그 감흥을 기대했다. 아니 사실은 리뷰 몇 편을 읽고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래도 전작의 감독인 스콧을 믿었다. 그런데 괜히 봤다는 실망감이 앞선다.누가 헐리우드 영화 아니랄까 봐 스케일은 크고 웅장하다. 그러나 이야기가 자꾸 끊긴다. 그리고 주인공인 루시우시의 성장 즉 각성이 너무 평면적이고 맥락이 없다. 그나마 시작할 때 해상 전투씬이 볼만하다고 했는데 용두사미라고나 할까! 하다만 느낌이다.또, 루시우스가 왜 로마의 꿈을 이야기하는지 알 수가 없다. 어머니를 만나서 아니면 아버지가 막시무스(1편의 러셀 크로우)라는 사실을..

자화상

용산역에서 내리고 지하철을 타고 그 익숙했던 일들이 낯설게 느껴진다. 약속시간은 멀리 있고 장소는 가까운지라 구경삼아 국회 주변을 배회하다. 국회도서관에 전시된 한강 특별전에서 한강의 시 한 편을 읽는다. 자화상. 2000. 겨울 / 한강 초나라에 한 사나이가 살았다 서안으로 가려고 말과 마부와 마차를 샀다 길을 나서자 사람들이 말했다 이 보오, 그쪽은 서안으로 가는 길이 아니요 사나이가 대답했다 무슨 소리요? 말들은 튼튼하고 마부는 노련하오 공들여 만든 마차가 있고 여비도 넉넉하오 걱정 마시오, 나는 서안으로 갈 수 있소 세월이 흐른 뒤 저문 사막 가운데 먹을 것도 돈도 떨어지고 마부는 도망치고 말들은 죽고 더러 병들고 홀로 모래밭에 발이 묻힌 사나이가 있다 마른 목구멍에 서걱대는 모래흙, 되짚어갈 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