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두의 시시콜콜 467

김남곤

나는 그의 과거를 잘 모른다. 학생운동을 했고, 전선운동을 했다는 정도밖에... 어떤 서사를 가지고 목포로 내려왔는지, 심지어는 그가 모 대학을 나왔다는 사실도 최근에야 알았을 정도다. 그를 언제 처음 만났는지, 그 와의 첫 대화가 무엇이었는지도 기억에 없다. 그런데도 그는 항상 내 곁에 있었고 내 부족함을 채워줬다. 그런 그와 내가 정의당 목포시위원회를 함께 책임지기로 결의했다. 내가 알기로 우리 둘 다 허당끼가 많다. 완벽하지 않고 부족하다는 말이다. 그런데 그와 있으면 부족한것이 전혀 부족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 채울것이 많은 풍부함으로 느껴진다. 정의당 목포시위원회라는 대양을 항해하면서 그는 항해사로 나는 기관사 겸 갑판장으로 일 할 것이다. 우리는 보물섬을 찾아 떠나지 않았다. 우리는..

수확의 기쁨

농부님네들의 땅방울은 황금색땀방울 한 올 한 올이 얽히고설켜황금 들녘을 만들었네이 색을 뽑아내기 위해 농부님네들지난 1년을 마른논 진논 밟아가며 온갖 수고를 아끼지 않았네그 결실 황금색 들녘으로 맺으니 얼마나 행복하고 뿌듯할까?그러나.... 수확의 기쁨도 잠시80kg 한 가마니에 17만원으로 하락한 쌀값에농부님네 가슴은 타들어가 잿더미가 되었네에라 이 기름에 튀겨 죽여도 시원찮을 놈들아작년 양곡관리법 거부할 때 무어라 했냐산지 쌀값 20만원 보장한다고 철석같이약속하지 않았냐

외로운 당산나무

외로운 당산나무 사람들의 기원터가 되고, 쉼터가 되고 싶었으나 지금은 아무도 찾지 않은 외로운 당산나무 강으로 둘러쳐졌으면 어부라도 찾으련만 사방이 아스파트라 아무도 머물지 않고 비정한 굉음만 남기고 떠나간다. 이 도로를 보고 처음에는 불도저로 밀어버리지 않고 나무를 살려서 다행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이왕 나무를 살리려고 마음먹었으면 길을 돌아가게 만들 것이지 왜 나무를 아무도 찾을 수 없는 섬으로 만들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이는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이다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이는 우리를 지지하는 사람이다" 오늘 복음 말씀으로 제자들이 마귀를 쫓아내는 일에 실패하고 실의에 빠져있을 때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당부하신 말씀이다.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을 때 사람들은 그 책임을 외부로 돌리거나 혹은 자기 안에 큰 벽을 쌓고 외부와 단절하려 한다. 그러나 그렇게 한들 일은 해결되지 않는다. 오히려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여 문제해결의 공간을 넓혀야 한다. 지지자들에게 갇혀있을 것이 아니라 반대하지 않는 이를 찾아 나서고, 반대하는 이를 설득하려는 공력을 들여야 한다. 정의당 목포시당위원장을 결의한 첫 주간에 의미 있는 말씀을 들었다.

달이 차오른다

달이 차오른다 며칠 전 지인과 길을 걷다가 "추석이 낼모렌데 아직 달이 안 찼네"라고 했었는데... 벌써 달이 다 차올랐다. 달이 차올랐다고 연락을 하는 이 없고 나 또한 연락을 할 이가 없지만 그래도 한때는 간절한 그리움을 달빛에 실어 보내기도 했다. 그 그리움의 끝은 항상 외롭고 허무했지만 그때 내 벗이 돼주었던 달은 아직도 내 곁에서 변함없이 나를 지켜주고 있다. 그믐달과 초승달, 상현달과 하현달 그리고 보름달. 일년 열두달 변함없이 나를 지켜주는 달 때문에 그나마 내가 한숨 돌리며 여유를 갖는다.

아버지가 걸으시던 길 지금은 아스팔트로 옛 정취는 사라졌지만 한적한 시골길은 언제나 정겹다. 멀리 설산은 아침안개로 자욱하고 장날 설산을 넘어 흰 고무신을 사 오시던 날 여섯 살 아들은 날아갈 듯 기뻐하고 아버지의 얼굴엔 미소가 가득하다. 유구한 세월이 흘러 오십객을 훌쩍 넘은 아들은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그 길 위에 다시 섰건만 미소 가득한 아버지는 어디로 가셨는지 찾을 수가 없다. 이제는 아버지의 미소도 가물가물 어쩌다 꿈속에서 뵙는 얼굴마저 희미할 뿐이다. * 설산은 전남 담양군 무정면과 곡성군 옥과면을 경계하는 산입니다.

주님 이 집에 누가 머무리이까?

주님 이 집에 누가 머무리이까? 마음속 진실을 말하며 함부로 혀를 놀리지 않는 이, 친구를 해치지 않으며 이웃을 모욕하지 않는 이, 남의 것을 탐하지 않고 죄 없는 이를 해치는 뇌물을 받지 않는 이, 이 모든 것을 행하는 그 사람 영원토록 흔들림 없으리라. 초승달이 십자가 끝에 걸리는 모습을 보지 못하고 잠이 들었다. 교회에서의 하룻밤은 생각만큼 경건하지는 않았다. 그저 서로가 가지고 있는 행복을 조금씩 덜어 나누듯 더불어 사는 재미를 한껏 누렸다고나 할까! 새벽 동녘에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해와 달은 누구에게나 공평히 비치지만 사람에 따라 그것을 느끼는 정도가 다르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그리고 그 차이를 메우고 모두가 공평하게 그 빛을 누리게 하는 것이 사회 시스템이 해야 하는 것이고 그것을 제대..

십우도

만덕산 오솔길에 낙엽이 쌓인다. 백광은 옷을 뚫고 살갗을 태우는데 만덕산 바람길 따라 오르다보면 가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낀다. 한 인생 살다보면 여든번쯤 맞이하는 가을바람, 쉰다섯 이제 지겨울 때도 됐는데 숲속 버들가지의 이파리를 흔드는 가을바람에 아직도 설렌다. 만덕산 중턱 옥련사 범종 아래 누워 가을바람이 전하는 소리에 귀 기울이다 사르르 눈을 감는다. 소를 찾아 나선 동자와 함께 한바탕 소동을 벌이고 눈을 떠보니 세상 돌아가는 꼴이 참 우습다. 무엇이 중헌지도 모르고 욕심껏 취하려는 자들이 벌이는 한바탕 굿도 이젠 지겹기만 하다. 그들이 혀를 놀려 내뱉는 말들이 한때 그들이 가장 혐오했던 것이라는 사실을 왜 모르는 것일까? 차라리 욕심을 숨기지 않는 편이 더 낳을뻔했다. 꿈(십우도) 속 동자는 어..

통영

통영의 야경이 슬프게 다가온다. 寒山島月明夜 [한산도월명야] 上戍樓撫大刀 [상수루무대도] 深愁時何處一 [심수시하처일] 聲羌笛更添愁 [성강적갱첨수]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올라 큰 칼을 어루만지며 깊은 시름에 잠겨있을 제 어디서 한 가락 피리 소리 다시 시름을 더하는고] 장군의 시름이 혼탁한 조정과 도탄에 빠진 백성을 향하고 있으니 달빛 사라진 통영의 야경이 슬플 수 밖에...

다시 마주한 달

새벽에 일어나 눈을 비비며 방문을 여니 거실에 한 줄기 빛이 서린다. 작은방에 불이 켜졌나 하고 살펴보니 그것도 아니다. 그 빛은 보름 막 지난 달이 보내는 선물이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 모두가 잠든 세상을 요란 떨지 않고 조용히 밝혀주는 달은 취한 행인이 다칠세라 새벽일하는 이가 발을 헛디딜세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장애 아들이 넘어졌는데 혼자 일어나라고 모진 말을 하면서 끝내 손을 내밀지 않았던 어머니, 그러나 그 어머니는 눈이 오면 아들이 넘어질세라 아들 모르게 눈 쌓인 골목길을 쓸었다는 드라마(눈이 부시게)의 내용처럼 저 달도 세상 사람 아무도 모를 어두운 곳을 찾아가는 중이다. 조용히 집을 나서 달을 따라 걷는다. 이렇게 목적없이 걷는 길이 좋다. 신호등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