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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한바탕 웃고 떠들면서 또 한 매듭을 짓는 것이다.

'6시까지 집중적으로 토론하고 이후 즐거운 시간을 가집시다. 2시까지 터미널로 모이세요'라고 문자가 왔다. 그동안 진행했던 '진단과 전망' 토론을 종결짓는 마지막 토론장이 열릴 모양이다. 천사대교와 새천년대교를 지나 암태도 익금마을이라는 동네에 도착해 3시간의 진지한 토론을 진행했다. 그리고 토론시간 내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이 해방되는 시간, 답답한 방을 벗어나 바다로 향했다. 익금우실을 지나면 작은 몽돌해변이 나온다. 신안하면 갯벌이지만 이렇게 곳곳에 몽돌해변과 모래사장이 박혀있다. 익금우실에 도착하니 바람이 제법 시원하게 분다. 그러고보면 '우실'은 섬마을에서 바람을 막아주는 울타리 구실을 하는 것으로 해변의 바람길을 따라 돌담을 쌓아 올리고 그곳에 나무숲을 조성해 당연히 바람이 많을 수밖에 없다. ..

목포 이야기 2024.07.14

다산에게도 유학의 스승과 제자가 아닌 평범한 생활 속 스승과 제자가 있었을까?

고즈넉한 길을 한참 걷다 보면 다산초당이 나온다. 오르는 길이 좀 이상하다고 느꼈는데 예전에는 나무뿌리가 그대로 드러나 세상의 근본을 생각하게 했던 '뿌리의 길'이 돌과 시멘트로 덮여버렸다. 아마도 탐방객들의 안전 때문이었을 텐데 운치는 그만큼 사라져 버렸다. 다산초당에 오르니 안경을 쓴 온화한 미소의 선비가 나를 지그시 바라본다. 유배생활 17년 중 10년을 이곳에서 보냈을 선비는 비분강개의 눈빛이 아닌 세상을 통달한 형형한 눈빛이다. 유학의 근본주의자들이 지배하는 노론의 세상에서 남인의 학통을 계승해 채재공과 함께 실사구시의 세상을 꿈꿨던 실패한 혁명가로서 얼마나 많은 불면의 밤을 보냈을까? 더군다나 온 집안이 풍비박산이 났으니 말이다. [집안이 갑자기 무너져버려 죽은 자식 산 자식 이 꼴이 되었어요..

또 몽골 여행 3

결국 탈이 나고 말았다. 아침은 그럭저럭 넘어갔는데 차를 타기 시작하면서 어제 과음의 효과가 바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숙취에 멀미까지 겹치면서 입맛을 잃어버렸다. 여행은 멋있는 것을 보고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함인데 양고기 냄새만 맡아도 헛구역질이 날 정도로 괴로운 하루를 보냈다. 그래도 여행은 즐겁게... 하려고 애썼다. 쳉헤르에서 아침 일찍 온천으로 숙취를 풀고(나는 못 풀었다) 또 다섯 시간의 장거리 이동 후 미니사막에 도착했다. 중간에 점심은 현지식당에서 해결했는데 모조리 양고기 요리뿐이었다. 일행 중 또 한 명의 증상은 나보다 더 심해 네 명 중 두 명만이 식당에 들어가고 그와 나는 양고기 냄새를 피해 식당조차 들어가지 못하는 비극(?)이 벌어졌다. 대신 식당 안 두 사람이 4인분을 해결하느라 행..

동백숲에 넋을 빼앗겨버렸다

동백숲에 넋을 빼앗겨버렸다. 내 목적지가 어디였는지는 새까맣게 잊고 동백이 펼쳐놓은 장관에 그만 흠뻑 빠져들었다. 7미터나 되는 거구의 동백들이 내 출입을 못마땅하게 여기기라도 하듯 내 발길을 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동백꽃이라도 피었으면 정말이지 백련사는 보지도 못하고 여기에서 시간을 다 보낼뻔했다. 지인이 몇 해 전 백련사에서 하룻밤을 묵으면서 동백꽃 떨어지는 소리에 뜬눈으로 밤을 샜다는 말에 허풍 떨지 말라고 핀잔을 줬는데 허풍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백련사는 입구부터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렇다고 큰 절도 아니다. 대웅전을 비롯해 10여 채 내외의 불전으로 구성된 절이다. 이 절에서 800여년전 불교의 실천성을 강조하고 불교계의 세속화와 사회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백련결사(백련사결사) 운..